[사설] 일본제와의 경쟁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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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부터 수입선 다변화조치의 폐지로 일본 상품이 완전개방된다.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쳐놓은 대일 (對日) 무역장벽이 20여년만에 이로써 모두 거둬지고 국산품과의 전면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수입다변화조치는 이미 지난 96년 세계무역기구 (WTO) 와의 협의를 통해 올해말 폐지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또 환란을 맞아 국제통화기금 (IMF) 의 요구로 이를 반년 앞당기기로 했었다.

여기엔 전면경쟁이란 측면도 있지만 이를 국산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일본 상품은 높은 기술과 유통망으로 워낙 침투력이 강해 불안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말 빗장이 풀려 직수입되고 있는 20개 품목의 경우 지난 1~5월사이 수입실적을 보면 대일수입액은 7천4백31만달러로 해당제품 전체수입액 2억9백21만달러의 35.5%를 차지했다.

특히 이 가운데 캠코더.복사기.자기그릇은 국내 수입시장의 80% 가까이를 점유했다.

문이 열린 지 반년도 안됐는데 수입품시장을 평정한 셈이다.

더구나 이번에 시장이 개방되는 세단형승용차.대형컬러TV.VCR 등 16개 품목은 품질이나 디자인, 브랜드이미지 등에서 국산보다 몇수 위에 있는 상품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입다변화가 해제돼도 양국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본 업체들이 한국인의 경계심을 자극할 정도로 공세적인 시장진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품목별로 차이는 있으나 우선은 한국의 경기회복 지연에다 유통망 정비를 위해 내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진출을 모색하리라는 전망이다.

일제 자동차나 가전제품이 구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자체유통망 구축이란 전략을 구사한다는 이야기다.

국내업계는 일단 이번 조치가 오래전부터 예고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응태세를 정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 구멍은 많고 핵심 정밀부품의 일본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여기에 방파제 역할을 해왔던 국내소비자들의 일제에 대한 거부감도 이제는 상당폭 희석된 상황이다.

예외없는 개방시대에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정부의 보호막에 안주할 수 없다면 방법은 홀로서기뿐이다.

기업들은 핵심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제품개발에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길만이 국내시장를 잃지 않고 대일무역역조를 시정하는 해법 (解法) 임을 새겨야 한다.

정부도 시장 전면개방 초기에 있을지도 모를 시장교란행위를 막기 위해 반덤핑관세 부과, 긴급 수입제한조치 등 산업피해 구제제도의 적극적인 활용과 사전 대응태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대일수입 핵심부품의 관세를 내리고 부품업체들에 대한 기술.금융지원 방안들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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