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1세기판 독립운동' 인터넷 누비며 한국역사 왜곡 바로잡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반도 최초의 국가 성립 시기는 기원후 668년'.

하루에도 수백만명이 방문하는 미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의 여행정보 코너에 실린 한국 역사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반만년 역사는 물론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도 없는 셈이다.

최근에는 중국 외교부가 고구려사 왜곡 논란이 일자 홈페이지에 있던 1948년 이전의 한국 역사를 통째로 삭제해 버렸다.

사이버 공간에서 한국 역사 왜곡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는 잘못된 한국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21세기판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사 전쟁'은 우리가 '뿌리 없는 민족'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 고조선도 중국 식민지="고조선은 기원전 12세기 중국의 학자 기자(箕子)가 한반도 북부에 만든 나라다. 당시 한반도 남부는 일본 야마토 정권의 지배력이 미치고 있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온라인 백과사전, 미 의회 도서관 등 해외 사이트에 소개된 한국 역사의 일부다.

이 사이트들은 한국을 "강대국 사이에서 문을 닫고 있던 '은둔의 나라'"라고 묘사하며 "청.일전쟁 이후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화교를 대상으로 중국 역사와 언어를 교육하는 대만 교무위원회 산하 화문네트워크교육센터는 과거 한자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우리나라를 중국의 식민지였다고 적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우리나라를 악의적으로 소개하거나 최근의 사실마저 잘못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 전문 사이트 '두아시아'(www.doasia.com)는 한국의 수도 서울을 '미관이 좋지 않고, 새도 나무도 없으며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네온사인밖에 없는 곳'으로 기록했다.

◇ 사이버 외교단의 '역사 바로 세우기'=선봉장은 1999년부터 역사 바로잡기에 나선 사이버 민간 외교사절단 반크(VANK). 이 단체는 해외 펜팔 사이트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1만400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대형 시민단체가 됐다. 이들은 지난 5년간 내셔널지오그래픽(지리정보).어바웃닷컴(지식정보) 등 259개 사이트에 실린 '일본해'를 '동해'로 바꿨고, 엔사이클로피디아(백과사전).팩트몬스터(학습정보) 등에 실린 잘못된 한반도 고대사를 바로잡았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만들어진 '고구려지킴이'(cafe.daum.net/Goguryeoguard) 카페와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www.historyworld.org)' 등의 회원들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역사찾기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에선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 정보의 오류를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독일의 게오르크 에케르트(www.gei.de)나 일본의 국제교류정보연구센터(www.isei.or.jp)는 전범 국가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5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자국 홍보에 나섰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서아정 연구부장은 "일본은 20년 전부터 일본국제교류재단을 설립해 외국의 교과서 제작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국정홍보처 산하 해외홍보원(과거 공보처)과 한국 국제교류재단 등을 통해 왜곡된 한국사를 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발견한 2100여건의 오류 중 4분의 1 정도만 수정됐을 뿐 아직 성과는 미진하다.

이경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