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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를 찾아서] 12·끝. '록 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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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페스티벌은 라이브 문화의 최고봉이다. 슈퍼밴드들과 메가톤급 스타, 대규모 청중이 어우러져 밤낮없이 며칠동안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의 용광로다. 그 짜릿함을 맛보려고 젊은이들은 기꺼이 먼 거리를 달려와 텐트 속에서 잠을 설치고, 거친 음식을 먹고, 무뚝뚝한 경찰들의 통제 속에 악을 쓰는 수고를 감수한다.

대중음악의 세 가지 속성, 즉 거대한 산업.대중의 당의정.변화를 원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한데 결합돼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페스티벌이다. 라이브에 심취한 사람들이 종국에는 '우드스톡' 을 상징으로 하는 페스티벌이란 정점에 이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 페스티벌 문화가 여태 존재하지 않았다. 영세한 공연계 형편에다 국내의 라이브 문화 수준이 얕다는 선입관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처음으로 본격적인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국내에서 열린다.'99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7월31일과 8월1일 이틀 연속으로 인천 연수구 송도공원에서 장장 19시간 펼쳐진다.

딥 퍼플.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프로디지가 나오고 그밖에 독일.일본.호주의 유명 록밴드 4팀이 등장한다. 국내에선 김종서.김경호.윤도현밴드.자우림.크래쉬.델리 스파이스.크라잉 너트.닥터 코어 911등 오버와 언더를 주름잡는 록스타들이 총출동, 줄잡아 20여 가수 (팀)가 무대를 꾸린다.

활주로에 마련될 공연장 총면적은 무려 5만평. 이틀간 이곳을 메울 청중은 5만명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위해 1만8천평의 캠프장과 1만4천평의 주차장 및 운동장도 마련된다. 02 - 2237 - 9562.

이 페스티벌은 미국.영국 등 팝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헤비 메탈의 원조 딥 퍼플과 90년대 록.테크노를 대표하는 두 스타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프로디지)가 한 무대에 선다는 점은 세계의 주목을 받기 충분하다.

라이브 인구가 한국의 10배 넘는 팝대국 일본도 록 페스티벌 (후지록 페스티벌) 은 불과 3년 전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는 느낌마저 든다.

공연기획자인 예스컴은 "한국 록의 발전 수준이나 라이브 인구를 보면 국제적 페스티벌을 열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연례화시켜 가수들 참여폭을 넓히겠다. " 고 설명한다.

'트라이포트…' 의 개최로 한국의 라이브문화는 음악 선진국의 그것을 향해 한 차원 도약한 셈이다. 이 페스티벌은 일종의 '문화혁명' 이었던 69년 우드스톡 만큼 거창한 주제의식은 없다. 멀리 무대에서 울려퍼지는 다양한 음악을 마음 편하게 즐겨보는 장일 뿐이다.

그러나 젊음은 항상 예측불허인 법.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 페스티벌이 세기말 젊은이들의 응축된 가슴을 터뜨려 어떤 에너지를 발산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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