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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라커룸 출입금지 중고농구 슬픈 자화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화장실 가는 선수만 빼고 모두 남아요. " 대통령기 중.고농구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28일 장충체육관. 심판들은 전반전이 끝난 뒤 라커룸으로 향하는 각팀 선수단을 단속하기에 바쁘다. 이번 대회부터 중.고농구팀은 하프타임때 라커룸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중.고연맹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각팀 코치.감독의 선수 체벌을 막기 위해 이같은 규정을 만들었다. 지난 4월 대학농구대회 당시 일부 대학농구 감독이 선수를 구타하는 현장을 고발하는 방송 기사가 나간 뒤였다.

국내 학원 스포츠는 종목을 불문하고 하프타임을 틈타 선수들을 체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하프타임 체벌' 은 경기에 뒤진 팀 관계자가 선수들을 독려 (?) 한다는 명목으로 주먹을 휘두르는데도 이를 당연시해 왔다.

중.고연맹 관계자는 '하프타임 라커룸 출입금지 조치' 를 '고육지책' 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선수 부모들은 "무슨 소용이 있느냐" 고 되물었다.

체벌을 근절하는 방법은 결코 아니며 경기가 끝난 후 얼마든지 손찌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중간에 맞지 않아 좋긴 하지만 전보다 더 눈치가 보인다" 고 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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