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클린턴 비난 대선겨냥 차별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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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뉴욕 = 신중돈 특파원]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 출마를 선언한 앨 고어 부통령이 '섹스 스캔들' 로 얼룩진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차별정책을 본격 시도하면서 두 지도자간 불화의 골이 표면화하고 있다.

고어 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쪽 선두주자 조지 W 부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어측은 그동안 민주당의 경제정책 성공 등으로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음에도 이처럼 고전하는 주 요인으로 클린턴의 섹스스캔들을 꼽고 있다.

이 때문에 고어는 원만했던 대통령과의 관계를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도덕성을 부각, 인기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결과는 양측 보좌관들간 설전을 시작으로 클린턴과 고어간 직접적인 비난발언까지 이어져 민주당 양대 축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 양측의 이러한 불화는 고어가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벌인 행동을 "가장의 한 사람으로서 용서할 수 없다" 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이에 분노했고 절망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26일자에서 보도했다.

고어 부통령은 지난 16일 한 TV 대담프로에서 사회자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클린턴의 섹스스캔들과 관련한 밀도 높은 질문을 받자 예전처럼 이를 적당히 따돌리기보다 클린턴을 비난하는 내용을 계속 답변해 클린턴을 화나게 만들었던 것. 고어측은 이제 더 이상 클린턴을 위해 희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클린턴과 주변 보좌관들이 대통령의 명성만을 일방적으로 생각할 뿐 고어 부통령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어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넓혀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고어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지 우드워드 기자의 저서를 통해 "클린턴을 두둔하자니 내 평판이 망가질 것 같고, 등을 돌리자니 '배반자' 오명을 쓸 것 같다" 는 하소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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