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테트합창단 10돌기념 바흐'B단조 미사'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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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국내 유일의 민간 프로합창단인 서울모테트합창단 (지휘 박치용) 이 창단 10주년을 맞아 바흐 음악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B단조 미사' 를 연주한다.

오는 7월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김인혜.윤현주,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테너 조성환, 베이스 김만규의 독창, 멜로마니아 스트링 앙상블의 반주로 약 2시간 동안 이 작품의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것.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B단조 미사' 전곡이 국내 무대에서 연주되기는 존 엘리엇 가디너가 몬테베르디합창단과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를 이끌고 내한, 지난 96년 11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서 국내팬들을 매료시킨지 3년만의 일.

국내 합창단으로는 84년 서울시립합창단이 같은 무대에서 연주한지 15년만의 공연이다. 더구나 이번 공연은 바흐 서거 250주년을 몇달 앞두고 바흐 음악을 재조명해보는 무대로는 첫 무대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02 - 523 - 7295.

'B단조 미사' 는 바흐가 무려 25년의 세월을 거쳐 죽기 직전인 1749년에 완성한 바흐의 역작. 4부 25곡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크레도 (신앙고백)' 에 나오는 곡은 '성령으로 잉태하사' '십자가에 못박히사' 등 무려 9곡에 달한다.

신구교의 벽을 넘어 인류의 종교적 본성 자체를 음악적으로 천착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의 전곡이 처음으로 연주된 것은 1812년 카를 프리드리히 젤터가 이끄는 베를린 징아카데미 합창단의 비공개 연주회였다.

'B단조 미사' 는 음악사에서 특이한 위치에 놓여 있다. 외견상으로는 엄연한 '실용음악' 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사곡이 특정한 장소 (성당)에서 열리는 행사 (미사) 를 염두에 두고 작곡되는 것과는 달리 'B단조' 는 언제 어디서 연주될 것이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쓴 것.

2시간 가까운 장대한 규모만 봐도 그렇다. 또 대부분의 음악 소재가 바흐가 연주했던 세속음악과 신교 음악인 칸타타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전반부의 '키리에' '글로리아' 는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합창대장으로 있던 바흐가 1733년 드레스덴 작센 궁정으로의 진출을 위해 작센왕에게 헌정한 곡.

바흐는 합창대를 지휘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매주 1곡씩의 칸타타를 작곡하는 바쁜 와중에도 'B단조' 에 혼신의 열정을 기울였다. 후세 사람들이 '예술작품' 으로 연주해 달라는 깊은 뜻이 숨겨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업적 무대가 판을 치는 음악현실에서 아카데믹한 무대로 모범이 돼온 서울모테트합창단은 르네상스에서 한국의 창작음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선보여왔다.

지금까지 정기연주 36회, 초청연주 1백50여회, 음반녹음 13장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이번 공연으로 바흐의 미사 전곡 연주가 마무리되며 바흐의 칸타타도 다수 국내 초연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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