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들 IMF 끝났나…'외유성' 해외출장 봇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IMF는 끝났다. " 최근 10여일간 호주 등지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서울시 간부 K씨는 스스럼 없이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엔 외환위기를 맞아 해외출장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이번엔 휴식을 겸해서 여유있는 일정으로 바람을 쐬고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간부는 "다들 뭔가 계기를 만들어 (외국에) 다녀오는데 이러다간 나만 '팔불출' 소리 듣겠다" 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올들어 서울시 공무원들의 해외출장이 눈에 띄게 잦아졌다.

6월 중순 현재 1백건을 돌파했다.

5월말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24건의 3배가 넘는 76건이다.

여기에는 고건 (高建) 시장이 지난 3월 메트로폴리스 총회 참석차 스페인 등 3개국을 다녀온뒤 "밖을 많이 봐야한다" 고 발언한 게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눈치를 보던 공무원들이 高시장의 발언 이후 '자신감' 을 얻어 출장계획서를 속속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꼭 나가지 않아도 될 '외유성' 출장이 적지 않게 끼어있다는 데 있다.

도시계획과가 지난 7일부터 5일간 북경의 도시계획을 견학하고 온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 관계자들도 "우리의 도시계획 수준에 비춰볼 때 북경에서 배울 것은 별로 없다" 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보전과는 4월25일부터 일주일간 3천5백달러를 지출하며 천연가스 자동차 운영실태를 보러 미국.일본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는 시가 주재관을 파견해놓고 있어 얼마든지 자료조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목적에 비해 출장 기간도 지나치게 길고 씀씀이도 헤퍼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高시장 일행은 지난 3월 출장때 10일간 2만9천달러 (3천4백여만원) 를 썼다.

또 김학재 (金學在) 행정2부시장이 일주일 늦게 합류한 도시계획국의 지난달 출장은 13일간 3천2백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6월 중순 현재 시공무원들의 해외출장으로 지출된 예산만도 27만여달러 (3억1천여만원)에 달한다.

공무 국외여행 심사위원회 (위원장 : 기획예산실장) 는 아예 열리지 않고 서류심사 위주로 이뤄져 적절한 여과장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 국제교류과 관계자는 "출장 인원과 일정.비용이 부풀려 제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며 "불필요한 방문출장보다는 인터넷 등을 활용하는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