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싸게 줄테니 강의개설을…' MS사 상술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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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불법 복제물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각 대학들의 정품 소프트웨어 구입이 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MS) 사가 자사 제품을 대학에 저가로 공급하는 대신 제품 사용교육을 정규수업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MS는 지난 3월부터 국내 대학들을 상대로 2기 공인대학교육프로그램 (AATP:Authorized Academic Training Program) 을 실시하고 있다.

AATP는 대학이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정품을 구입하면 컴퓨터 실습실에서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정품 1개당 1백개까지의 복제를 허용하면서 제품 사용법을 정규 교육과정에 신설하는 것이 골자.

AATP 계약서에 따르면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한 'MS오피스 사용자' 과정과 전산 전공 학생들을 위한 'MS테크니컬' 등 두가지 교육과정을 신설해야 한다.

특히 대학은 매 학기초 강의계획서를 MS에 제출해야 하며 매 학기말 수강 학생수.교수명.학점 등을 포함한 교육결과 보고서를 낼 의무를 지닌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기업체에서 강의 내용까지 간섭하는 것은 교육권 침해" 라면서 "미국에서 독과점 논란을 빚고 있는 MS제품을 학점까지 수여하며 교육시킨다면 머지않아 국내 업체들은 완전 고사하고 말 것" 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학들은 그러나 MS의 절대적 비중과 검경의 단속 때문에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어 현재 AATP에 가입한 대학 (전문대 포함) 은 2백여곳에 이른다.

MS측은 "AATP의 경우 사실상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한 만큼 이 정도의 요구조건은 당연하다. 실사를 대폭 강화해 계약조건을 어긴 대학에 대해선 정가 구매를 요구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컴 등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MS의 요구사항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시장을 영구 독점하려는 횡포" 라며 비판하고 있다.

김정하.김승현.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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