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핵문제 상당히 완화” 이 대통령 “북, 대화 뜻 전해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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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23일(현지시간) ‘뉴욕 정상회담’은 역시 북핵 문제가 주된 의제였다.

이 대통령의 북핵 그랜드 바긴(일괄타결) 제안,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북·미 양자대화 분위기 속에서 한·중 양국이 어떤 공조 방안을 마련할지는 회담 전부터 외교가의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 주석의 특사로 방북했던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에게 “북한은 비핵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으며 양자 및 다자 대화로 해결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이날 회담은 이 대통령 입장에선 김 위원장의 발언 취지와 진의를 후 주석으로부터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날 정상회담엔 방북했던 다이 국무위원도 배석했다.

회담에서 “각국의 노력 덕분에 북핵 문제가 상당히 완화됐다”고 운을 뗀 후 주석은 “북한이 한국·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최근의 변화된 북핵 정세를 평가했다. ‘김정일-다이빙궈’ 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후 주석은 “각국이 노력을 한다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후 주석의 말을 뒤집어보면 김 위원장이 다이 위원에게 언급했던 다자회담이 곧바로 6자회담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후 주석의 말도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이 성사되도록 노력하자’는 쪽에 방점이 실려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다이 위원을 통해 중국 측에 6자회담 이외의 다른 형식의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중 정상회담 직후에도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실제 6자회담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신중한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서울을 찾았던 북한 특사단과의 대화를 소개하는 등 정부 대북정책의 기조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측이 남북관계 협력을 원하며 언제든 대화하자는 뜻을 전해왔고, 우리도 같은 입장임을 북한 측에 설명했다”며 “다만 핵문제 해결이 남북관계를 활발한 관계로 만들기 위한 전제란 점은 북한 측에 분명히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그랜드 바긴 구상’을 비롯한 핵문제 해결 방안을 자세히 밝히자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측 관계자들이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이동관 홍보수석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 뒤 “6자회담 참여국들 사이에 방법론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핵화라는 목표는 한가지”라며 “한·중회담에선 이 확고한 목표를 달성해 가는 지혜를 발휘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긴 구상에 후 주석이 뾰족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게 향후 북핵 국면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후 주석은 회담에서 G20정상회담의 내년도 한국개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경제가 어려울 때 중국경제가 순조로워져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며 “후 주석의 리더십이 빠른 경제회복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뉴욕=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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