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달라진 결혼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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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전까지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3전(轉)1향(響)’은 혼수품의 기본이었다. 신랑이 속한 직장에서 주택을 배급하던 계획경제 시대에 혼수품은 대개 신랑 몫이었다. 준비해야 할 품목은 재봉틀·자전거·시계처럼 ‘돌아가는(轉)’ 공산품과 ‘소리 나는(響)’ 라디오였다. 마오쩌둥의 초상화 앞에서 ‘마오쩌둥 어록’을 들고 혼인서약을 했다.

모두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하객들은 축의금도 준비했다. 10위안(약 2000원)을 내면 체면이 깎이지 않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세숫대야·냄비 등 가재도구를 선물하는 이도 있었다. 현금보다 더 귀중한 ‘축의 현물’이었다. 당시엔 돈이 있어도 지역 상점에서 발행한 상품 구입표(소금·식용유·자전거·비누 등)가 없으면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요즘 결혼식은 호화판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예식·혼수·축의금 등 모든 측면에서 한국 뺨치는 수준이다. 결혼 전문 예식장이 없는 중국에선 고급 호텔이나 대형 회관을 빌려 웨딩마치를 한다. 부유층은 호수가 딸린 별장을 통째로 빌리고 10여 대의 외제차로 카퍼레이드도 한다.

‘싼다젠(三大件:집·자가용·현금)’은 부유층의 필수 혼수품이다.

중국 가정의 다용도실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세탁기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꿈도 꿀 수 없던 생활용품이었다. 비좁은 침실과 주방으로 이뤄진 좁은 ‘배급 주택(福利分房)’에 들여놓을 수 없는 부피였다. 하지만 요즘엔 공간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98년 주택개혁 이후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가 시장에 쏟아졌다. 100㎡(약 30평) 안팎의 일반 아파트뿐만 아니라 200㎡ 이상 고급형 주택이 천차만별의 가격에 팔린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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