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부 한때 헤어질 위기 겪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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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7년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는 금실 좋은 부부의 전형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도 한때는 헤어질 뻔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오바마의 정치적 야심 때문이었다. 그가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승승장구하면서 부인 미셸은 홀로 육아와 살림을 떠맡아야 했다. 전기작가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미셸은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휩싸여 있었고 이혼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재떨이에 수북이 쌓아놓은 담배꽁초 때문에 부부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부부는 첫딸 말리아를 낳기 전 5년 동안 불임 문제로 괴로워했다.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여전히 남아 있는 엄청난 학자금 대출금에다 오바마가 200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패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다. 2001년 태어난 둘째 딸 사샤는 출생 직후 치명적인 척추 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사샤의 병은 새로운 계기가 됐다. 부부는 딸의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다시 끈끈하게 이어졌다. 사샤는 건강을 되찾았다.

이 이야기는 앤더슨이 오바마 부부에 대해 쓴 『버락과 미셸 : 한 미국 부부의 초상』(Barack and Michelle: Portrait of an American Marriage·사진)에 나오는 내용이다. 앤더슨이 오바마 부부가 아닌, 그들의 지인 200여 명을 인터뷰해 쓴 이 책은 22일(현지시간) 출간됐다. USA투데이 등은 책 내용의 일부를 소개했다. 케네디가와 클린턴 부부,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의 전기를 썼던 앤더슨은 “사람들은 케네디 왕가나 클린턴 부부에게선 느낄 수 없는 동질감을 오바마 커플에게 받을 것”이라며 “최고 권력자 부부의 이야기엔 여느 미국 커플들과 다르지 않은 애환과 러브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의 남성적 매력도 미셸에겐 골칫거리였다. 일부 여성은 지나가는 오바마의 엉덩이를 만지곤 했다. 오바마는 “신이시여, 저들이 내 엉덩이를 그만 집적대게 해 주소서”라고 중얼거렸다. 이에 대해 미셸은 “(그들에게) 정신 차리고 꺼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마 그(오바마)도 좋아할 거다. 남자 아니냐”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바마와 가깝게 지내던 그의 선거캠프 여직원 베라 베이커가 갑자기 사라지자, 사람들은 미셸이 이 젊고 매력적인 흑인 여성을 쫓아냈다고 수군거렸다.

앤더슨은 “미셸은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대선 때 오바마 캠프의 선거 구호로 유명해진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도 미셸의 작품이다. 오바마의 핵심 참모인 데이비드 액설로드(현 백악관 고문)는 당시 “유치하고 진부하다”고 했지만, 미셸이 “나만 믿으라”며 밀어붙였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의 대선 러닝메이트가 되지 못한 것도 미셸의 뜻이었다. 미셸은 오바마에게 “힐러리, 빌(힐러리의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백악관을 같이 쓰고도 견딜 수 있겠느냐”며 설득했다. 오바마는 “미셸은 내게 가장 중요한 조언자다. 그의 의견을 묻지 않고는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며 이를 수용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를 히스패닉 출신의 첫 여성 연방 대법관에 앉히길 원한 것도 미셸이었다.

오바마 부부는 다음 달 3일 결혼 기념일을 맞는다. 앤더슨은 “현재 둘 사이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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