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풍론 맞붙는 청와대 -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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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신북풍설' 에 청와대는 상당히 열을 받은 것 같다.

처음 그 소리가 나올 때만 해도 어이없다는 정도였다.

그저 해보는 소리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6일 여야 총재회담에서 유감의 뜻을 표현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총재회담 이후 한나라당 의총과 국회 본회의에서도 신북풍설이 제기됐다.

청와대로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작 (工作)' 이란 단어 자체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金대통령이다.

때문에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대변인은 17일 단호한 어조로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그는 "모든 것을 음모적.공작적으로 했던 과거의 행태와 시각에서 나온 발언"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은 장병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실제로 그런 의혹 제기가 계속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쫓아가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시중여론을 도외시한 우물안 개구리식 견문" (安澤秀대변인) 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이 이런 의심을 품고 있는 게 현실이고, 일부 의원이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을 뿐"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서해에서 전쟁이 일어났는데 동해안에 관광선이 떠다니고, 총격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준전쟁상태인데도 대통령이 현장 시찰에 나서지 않고 총리가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은 세계 전사에 유일무이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니 4대 의혹 사건 등을 덮기 위해 정부가 서해사태를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은 "국가 공무원이 야당 총재를 비방하는 발언을 한 것은 스스로 정당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선 것" 이라며 박준영 대변인을 겨냥했다.

이연홍.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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