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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옥진씨 뇌일혈 쓰러진뒤 9개월만에 공연 재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의사선생 말씀이 천의 하나, 만의 하나 나올까 말까한 기적이래요. 모두가 천지신명이 도우신 덕이지요. "

지난해 9월 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뇌일혈로 쓰러져 모든 활동을 접어야 했던 창무극의 대가 공옥진 (66) 씨를 다시 무대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孔씨는 당시 손발이 마비되고 입까지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우리라는 진단이 나왔으나 그동안 눈물나는 재활노력으로 예전의 건강을 되찾았다.

7월 1일 서울 대학로 동숭홀 개관기념 공연에 이어 3~18일 같은 장소에서 본격적인 공연을 펼칠 그는 이번 공연에서 기존의 '병신춤' 에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하나 더 얹었다.

이름하여 '환자춤' .병상에 누워 다른 중풍 환자의 모습을 세세히 연구해 만든 춤이다.

인생의 고통을 더 절실히 알게 된 孔씨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발병 직후 한달여 마비가 풀리지 않아 울기도 많이 울었다는 孔씨는 "이를 악물고 꼭 다시 무대에 서겠다는 결심이 오늘을 있게 했다" 고 말했다.

서울공연뿐 아니라 미국 8개 도시 순회공연 등 빡빡한 스케줄을 앞두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孔씨에게 그래도 투병기간에 위안이 됐던 존재는 새로 맞아들인 양아들이었다.

평소 공씨의 공연을 좋아하던 한 중년신사가 발병 소식을 듣고 찾아와 힘든 병수발을 자청하고 나선 것. 홀어머니를 모시고 안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이의수 (48) 씨가 바로 그 양아들이다.

이때부터 李씨는 孔씨의 친딸 김은희씨 이상으로 孔씨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4개월여 만에 퇴원한 孔씨를 데리고 전남 영광 孔씨 집과 광주 무등산 자락에 있는 원효사를 오가며 요양시킨 것도 그였다.

孔씨는 원효사에서 강아지 다섯마리를 끌고 매일 무등산을 오가며 체력을 다졌고 춤 연습도 시작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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