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오존주의보 잦을듯…호흡기환자엔 치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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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오존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2일 구리시를 시작으로 서울과 인천 등 경기도 일대에서 지금까지 15차례나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올해 오존주의보 발생빈도는 98년 38회를 훨씬 웃돌 전망. 95년 2회, 96년 11회, 97년 24회에 비하면 나날이 대기오염이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걱정스런 것은 발생규모. 서울시 대기보전과 관계자는 "94년 오존주의보를 도입한지 처음으로 지난 5일 하루동안 서울시 전역 (북동.북서.남동.남서)에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고 밝혔다.

오존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통해 배출된 산화질소가 자외선에 의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발생하는 대표적 대기오염물질. 문제는 오존이 건강이 사람에겐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노약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

단국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권호장 (權鎬長) 교수팀은 최근 대한예방의학회지에 오존농도가 0.1PPM일 경우 그 다음날 사망자 수가 7%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평상시 대기중 오존농도는 0.02PPM으로 0.12PPM이 되면 오존주의보를 발령한다.

權교수는 "특히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은 사망률이 12%나 증가했다" 며 "오존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노약자는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고 경고했다.

오존에 취약한 사람은 천식이나 폐기종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어린이와 노인도 포함된다.

이들은 오존주의보가 내리면 외출을 삼가야한다.

오존농도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다량 배출되는 도심지 도로지역일수록 심하기 때문. 權교수는 "도심에 가까운 거주지역이라도 실내에는 자외선이 적게 도달되므로 실내 공기에서는 오존이 적게 발생한다" 고 설명했다.

하루 중 오존농도가 가장 올라가는 시간대는 오후3시. 따라서 이 시간대엔 도심지 외출이나 운동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존이 인체에 해로운 것은 체내에서 강력한 유해산소를 발생시켜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 따라서 항산화작용을 지닌 비타민을 평소 충분히 섭취해두는 것도 오존피해를 간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적 노력보다 제도를 통한 적극적 개입이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모범적인 국가는 프랑스와 미국. 프랑스의 경우 오존주의보가 내리면 차량속도를 제한하고 지역별로 차량운행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지역별 오존농도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오존기상도와 오존 예보제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오존농도가 0.5PPM에 달할 때에 한해 차량운행을 제한할 수 있을 뿐 오존주의보 (0.12PPM이상) 나 오존경보 (0.3PPM이상) 인 경우 차량운행제한을 권유하는 정도다.

하지만 시민 의식이 낮아 차량운행을 가급적 하지 않으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趙교수는 "늘어나고 있는 오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차량운행제한뿐" 이라며 "올림픽을 위해서도 차량 홀짝 운행을 실시했는데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한 일에 10부제 운행 등 차량운행제한을 실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고 주장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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