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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독 국정조사 누가 믿겠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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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권 수뇌부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에 대한 단독 국정조사 추진방침을 세웠다고 발표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같은 결정은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뿐 시국수습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근의 시국과 관련해 우리는 적어도 옷 로비 및 파업유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조속히 이루어져 그 진상이 규명돼야 민심이 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여기에 특별검사제의 도입까지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권 수뇌부는 이같은 민심흐름을 외면하고 파업유도 사건에만 한정한 청문회를 그나마 단독개최불사를 결정했다.

여권 수뇌부는 '야당이 끝내 불참하면' 이라는 단서를 달아 야당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단독국정조사 방침을 흘린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국민적 의혹사건을 여당 단독으로 조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오히려 민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연거푸 야당과 끝내 합의가 안될 경우 여당 단독 조사를 강행하라는 언급이 나오고 있으니 여권이 아직도 시국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여권 내에서조차 자민련총무가 특검제 도입의 수용을 제기했고, 국민회의와 권부의 일각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선 특검제는 못받더라도 옷 로비까지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무얼 뜻하는가.

공동여당 국회의원들간에도 위기의식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상황발생이 아니다.

민심의 동향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지시에 겉으로 반발하지는 못하면서도 뒷전에서 최소한의 자구책으로 제시하는 선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여권의 민의수렴, 정세판단 및 의사결정 과정이 심각한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독 청문회라도 강행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만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만큼, 또 정국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기지 말아야겠다고 고집할만큼 시국과 민심이 한가롭고 순조롭느냐는 의문이다.

그런데도 수뇌부가 지금 야당과의 기 (氣) 싸움에 지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고 오직 위의 눈치만 살피는 자세로 비쳐질 뿐이다.

여권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각종 의혹사건을 두고 더 이상 자충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안이한 시국수습책의 문제점을 바로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노력을 하는 등 국민 상대의 정치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거듭 말하지만 단독 청문회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만 당하고 해봐야 국민이 믿지도 않을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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