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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교내 총기사건계기 '미디어폭력' 적극대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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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의 '폭력과의 전쟁' 에 할리우드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 최신호는 할리우드와 행정부의 불편한 관계를 ' (워싱턴) D.C.목장의 결투' 로 빗대고 있다.

알력을 읽는 키워드는 '영상물과 폭력' .이달 초 클린턴 대통령은 청소년 유해물인 '미디어 폭력' 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잇따른 교내 총격사건 등으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청소년 폭력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였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법무부와 연방무역위원회는 1백만달러를 들여 영화와 비디오게임, 음반 업계의 판촉활동을 중심으로 앞으로 18개월 동안 공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폭력 영상물과 범죄의 개연성 찾기가 조사의 핵심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8%가 '개연성이 있다' 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4월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15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한 희대의 사건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의 유발요인을 폭력영화와 비디오게임 탓으로 돌렸다. 급기야 그 불똥이 할리우드로도 튀었다.

전문가들은 "할리우드 영화는 폭력과 살인 공장" 이라며 "모든 R등급 (17세 미만은 부모 혹은 성인 동반) 과 NC - 17 (17세 이하 입장 불가) 영화들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라" 고 목청을 높였다.

할리우드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 본 킬러' 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지난 3월 대법원은 이 영화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가 보호되는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우디 해럴슨과 줄리엣 루이스가 주연한 이 영화는 폭력배 주인공들이 별다른 이유없이 10여명을 죽이는 내용으로 95년 한 모방범죄의 원인 제공물로 지목을 받아왔다.

정부와 시민들의 압력이 이처럼 거세지자 할리우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이미 잡혀있던 영화와 TV의 폭력물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제작 중단됐다. 마피아영화 '팰컨' 을 제작하려던 CBS TV는 교내 총기난사사건이 터진 뒤 제작을 취소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독립영화 제작사인 미라맥스는 제작중인 영화 '팅글 부인 죽이기' 의 제목을 '팅글 부인 가르치기' 로 잽싸게 바꾸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한편 할리우드를 향한 곱지않은 시선에 대해 불만의 소리도 높다. 타임 워너의 제랄드 레빈 회장은 "몇몇 10대 살인자들 때문에 영화산업이 흔들려서야 되겠느냐" 며 192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작동해온 할리우드의 자정능력을 내세웠다.

그러나 '폭력영상물' 에 대한 미국의 이같은 논란이 쉽게 식지않을 듯. 오히려 음반산업 등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상원은 심지어 폭력조장 의혹이 짙은 매릴린 맨슨 등 로커들의 콘서트 티켓과 포스터 등 일체의 홍보전단에 '부모의 조언이 필요하다' 는 내용의 라벨을 붙이도록 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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