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씨 3번째 창작집 '많은 별들이…'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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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자 나이 마흔 무렵을 향해 가는 게 이런 건가 봐요. 힘들었지요. " 새 창작집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생각의나무.8천5백원) 의 출간을 계기로 새로 글쓸 힘을 추스리고 있는 소설가 윤대녕씨 (37) 씨의 말이다.

그동안 장편소설을 잇달아 썼던 탓에 창작집으로는 세번째, 4년 만에 펴낸 이번 책은 최근 3년여 동안 글로나, 생활로나 윤씨가 겪은 삼십대 중반의 신산스런 시기를 갈무리하는 성격이 짙다.

이상문학상을 받은 중편 '천지간' , 현대문학상을 받은 단편 '빛의 걸음걸이' 등 그동안의 화제작을 한자리에 모은데다, 첫창작집 '은어낚시통신' 으로 윤대녕문학을 발견했던 독자들에게는 그의 장편 보다 단편이 한결 매력적일 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지난 2, 3년간 언어의 질감을 잃어버렸다" 고 고백하는 작가 자신이 이번에 실린 여덟편의 원고를 새로 다듬으면서 '새로움' 에 대한 가닥을 잡아나갔다는 사실이다.

그는 "새로움이란 넓이 혹은 깊이의 문제일 수 있다" 면서 "내게 새로움이란 전에 없던 것을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쌓아온 것을 다시 발견하는 고고학적인 것" 이라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8편의 수록작품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중편 '상춘곡' 이다.

10년 전의 사랑을 다시 앓은 주인공이 선운사에서 써보낸 편지 형식을 빌린 이 작품은 사근사근 속삭이는 듯한 문체에 겹쳐지는 시각적 이미지가 작가의 전매특허격이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이 고향에 다니러온 미당 서정주시인을 만나 환생의 깨달음을 전해듣는 에피소드로 끝을 맺는다는 점.

"따져보니 8편 중 7편이 객지에서 쓰여졌더라" 고 스스로 말할만큼 여행벽으로 이름난 작가 자신도 짧지 않은 마음의 방랑에 온전히 마침표를 찍은 것일까.

책 말미에 평론가 김화영교수 (고대 불문과) 는 원고지 80매 분량의 예외적으로 긴 해설을 써놓았다.

김교수는 "문학, 미술, 천문학, 사랑은 윤대녕의 인물들이 이끌리며 순환하는 자장의 네가지 극" 이라면서 이번 창작집은 그 중 미술, 특히 인상주의 화법이 지배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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