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골잡이들 ‘골에도 색깔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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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호랑이의 줄무늬가 제각각이듯 골잡이들의 골도 색깔이 다양하다. 이번 시즌 K-리그를 호령하는 득점 랭킹 1위 이동국(30·전북 현대)은 하위 팀만 만나면 힘이 난다. 김영후(26·강원 FC)는 동점골이 많고 데얀(27·FC 서울)의 골들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약팀 킬러 이동국=‘라이언 킹’ 이동국은 이번 시즌 K-리그 21경기에 출전, 17골을 기록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약팀 킬러’이미지가 강하다. 최하위 대구를 만나서는 4골(2경기)을 퍼부었고 11위 제주, 8위 광주를 만나서는 해트트릭을 뽑아냈다. 세 팀과의 경기에서만 무려 10골이다. 반면 전북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1위 서울, 3위 포항과의 경기는 물론이고 6강권 팀(4위 성남, 5위 인천, 6위 경남)과의 경기에서는 무득점이다.

그렇다고 이동국의 골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겨야 할 경기는 확실히 잡았다. 그는 9경기에서 골을 기록했고 이동국이 득점한 경기에서 전북은 무패(8승1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강팀들로부터 견제가 워낙 심했고 이동국도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에 상위팀과의 경기에서 득점이 없었던 것 같다”며 “포스트시즌에는 포항·서울을 만나서도 골을 넣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추격자 김영후=13골로 이동국에 이어 득점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김영후는 추격자다. 그는 22경기에 출전해 9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그런데 김영후의 골은 동점골이 많다. 총 6경기에서 7번이나 동점골을 기록했다. 반면 결승골은 겨우 두 번. 선제골과 해트트릭은 아직 기록하지 못했다.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 시절부터 김영후를 지도한 최순호 강원 감독은 “김영후는 침착한 성격이라 골 결정력이 뛰어나고 팀이 어려울수록 힘을 낸다”며 “동점골이 많은 것은 우리가 공격적인 경기를 하고 수비가 약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많이 허용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영후는 이동국과 달리 팀을 가리지 않고 득점했다. 이번 시즌 1~5위 팀 경기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해 강팀에도 강하다.

◆해결사 데얀 =서울의 스트라이커 데얀은 12골을 넣어 득점 랭킹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9경기에서 골을 넣어 두 경기 중 한 번은 골 맛을 봤다. 이동국·김영후와 비교해도 골을 넣은 경기가 가장 많다. 또 골의 영양가가 높다.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결승골과 선제골을 3번씩 기록했고 동점골도 2번이나 뽑아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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