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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신문고] 전입신고서 잘못 써 과태료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새벽에 봉창 두드린다더니, 옛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걸 박이도 (朴二道.47.사업) 씨는 지난 2월 새삼 깨달았다.

서울 전농4동에서 신내동으로 이사한 뒤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러 갔더니 난데없이 "과태료 30만원을 내라" 고 하지 않는가.

3년 전인 96년 5월에 같은 전농동 안에서 집을 옮기면서 자동차 변경 등록신청을 안했다면서. 무슨 소린지 캐본 결과 전입신고를 할 때 자동차번호 난을 실수로 비워둔 게 탈이었다.

따라서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이 정한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동사무소 직원은 설명했다.

미신고기간 90일까지는 과태료가 2만원, 그 이후는 3일에 1만원씩 올라 최고 30만원이 된다고 했다.

朴씨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동대문구청에서 이 문제에 관해 일언반구도 없지 않았는가.

과태료가 택시미터처럼 찰칵찰칵 올라갈 때도, 상한선까지 차고 2년이 더 지나는 동안에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반년마다 내는 자동차세와 등록세.면허세 등 관련세금 통지서는 '신고도 안한' 새 주소지로 꼬박꼬박 날아들었는데 말이다.

朴씨가 항의하자 동직원은 "자동차등록 관련사항은 구청에서 전담하며, 우리는 업무대행만 할 뿐" 이라고 응수했다.

관할 중랑구청엘 갔다.

자동차등록 담당자는 "변경등록 신청을 안하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내용이 자동차등록증에 적혀 있으므로 일일이 통보해줄 의무가 없다" 고 했다.

그는 "등록부서에서는 차주의 신고가 없으면 등록의무 위반 사실조차 알 수 없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구청의 자동차세 징수 관계자는 "세금고지서엔 차량등록 주소와 차주의 주민등록 주소가 동시에 나와, 둘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경우 납세 당사자를 확인해 고지서를 보낸다" 고 말했다.

결국 구청에서는 차소유자가 등록증의 변경신고를 하지 않아도 바뀐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서간 공조체제가 안돼 있어 차주에게 '필요없는 신고의무' 를 부과하고 이를 근거로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까지 지우는 것이다.

지난 한햇동안 朴씨처럼 억울하게 과태료를 청구받아 납부한 경우가 중랑구청에서만 1천2백여건 (1억8천만원) 이었다.

민원처리 과정은 더 볼만했다.

중랑구청은 이 일이 있은 2월부터 몇차례 납부 독촉장을 보냈다.

구청직원은 "과태료는 낼 수밖에 없다" 면서도 "조용할 때 한번 오라" 는 아리송한 말로 여운을 남겼다.

두달여를 버티다 화가 난 朴씨는 지난달 11일 구청을 찾아 "절대로 낼 수 없다" 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구청 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하라" 고 담당자가 권유해 朴씨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고충처리위는 지난달 20일 "귀하의 사안을 법원의 행정심판으로 이첩했으니 이제 중랑구청과는 무관하다" 는 통지로 완전히 손을 뗐다.

朴씨는 "잘못된 제도를 그냥 두면 피해자가 한없이 생겨날 것 같아 신문고를 두드렸다" 고 했다.

그러나 자동차관리법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런 민원이 많지만 행정전산망 통합이 끝나는 2001년 이후에나 관계법을 고칠 수 있다" 고 말한다.

'바로바로, 제대로 고치자' 는 게 규제개혁 정신일텐데 - .

[억울한 고철세 정정부과]

지난 6월 4일자 5면에 게재한 규제개혁신문고 ( '고철로 샀는데 선박으로 과세/배값 1억2천만원에 세금 1억2천만원' ) 기사와 관련, 관세청은 이 배에 대해 고철 감정가 (1억4천만원) 를 기준으로 세금 (1천만원) 을 다시 부과했다고 7일 본지에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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