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식품 위생검사 소홀 '부적합' 판정 0.5%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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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국민이 섭취하는 열량의 60~70%를 수입식품에 의존하고 있는 데도 수입식품에 대한 정부의 위생관리가 극히 낙후돼 수입식품 안전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다이옥신 같은 환경호르몬.유전자 변형식품.방사선 조사 (照射) 식품에 대해 정부가 검사기준.규격설정 등 분명한 대처방안을 갖추지 못해 수입식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식품 검역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기관의 부적합 판정률은 전년의 0.7%보다 떨어진 0.5%를 기록했다.

선진국의 경우 검사대상의 5% 정도가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우리 기관들이 눈을 덜 부릅뜨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정밀검사율은 20.6%로 미국.일본 등의 3~5%보다 훨씬 높다.

정밀검사율이 높으면 오랜 검사기간 (18일) 으로 인해 식품의 안전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통상마찰 불씨까지 제공한다.

또 부적합 판정을 내려도 유통경로 추적 불가 등으로 부적합 농축산물이 시중에 유통되기도 한다.

검역기관의 Q씨는 "수입 활어.육류 등이 이미 유통된 후에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면 수거가 사실상 불가능해 업자들이 딴 활어를 가져와 폐기물량을 대신 채우기도 한다" 고 털어놓았다.

검역기관의 검사항목이 위생보다 품질.성분 검사에 치중된 것도 문제다.

지난해 농림부.식의약청은 '식육에서 병원성 대장균 O - 157.리스테리아균 등 식중독균이 검출돼서는 안된다' 는 불허용 원칙을 폐기해 검역당국이 수입 육류에 대한 세균검사를 거의 실시하지 않고 있다.

수입식품을 책임지는 부처간 협조도 낙제점. 수입식품 관리체계가 농림부.해양수산부.식의약청으로 3원화돼 부처간 시책의 상호 조정과 협력이 어려운 실정이다.

식의약청이 불량식품 신고 전용전화 1399를 독점적으로 사용하자 농림부는 또다른 전화설치를 시도하고 전산망도 독자적으로 가동시키는 등 업무 중복도 많다.

수입식품의 보관상태도 안전하지 않다.

관세청 보세장치장에는 식품전용 장치장이 없어 장치장 내에서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수의과학검역원의 경우 축산물은 지정 보세장치장에서 보관되고 있으나 통조림 등 상온 보관이 가능한 비지정 검역식품은 다른 식품과 섞여 보관되고 있다.

또 가공식품류의 수입물량 (전체 수입식품의 36%) 이 증가하면서 각 식품에 맞는 저온 유통환경 (냉장제품 0~10도, 냉동식품 18도 이하) 이 24시간 유지돼야 하나 상당수 유통 업체가 전기료 부담으로 영업시간에만 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관례가 선통관.후검역이라 해도 현지 사전검사 제도를 도입해야 하나 우리는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식품 수출국에 검역관 파견, 국내외 공인 검사기관 지정 등을 시행하고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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