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빅리그'서 생존위한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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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박찬호의 난투극은 그를 아끼는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먼저 완력을 사용한 쪽은 박찬호였기 때문이다.

경기후 박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혔다. 상대 투수 팀 벨처가 태그를 지나치게 세게 했고, 이는 박찬호가 4회 애너하임 에인절스 2번타자 랜디 벨라디에게 던진 몸쪽 위협구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라는 정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의든 아니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경기후 공식 인터뷰에서 형식적인 사과발언도 하지 않았다. 한국기자가 여론 악화가 걱정되는 듯 '사과' 를 유도하는 질문을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번 양보하기 시작하면 여기 (메이저리그)에선 살아남지 못해요" 라고 털어놓았다. 그 정도의 힘 과시는 바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강타자였던 장훈은 야유하는 관중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팬들은 그의 행동을 한국인 특유의 '백절불굴의 정신' 으로 이해했다.

같은 시대 일본에서 활약한 백인천씨도 "그렇지 않고선 배겨날 수가 없었다" 며 어쩔 수 없는 완력 과시 경험담을 털어놓은 바 있다. 박의 난투극을 변명해 줄 생각은 없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박의 처지를 생각해 달라는 것뿐이다.

LA지사 =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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