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할머니 공부 2년만에 中입학 검정고시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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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75세 할머니가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제주시용담동의 하복순 (75.여) 씨가 화제의 주인공. 지난해 4과목에 이어 올해 나머지 5과목에 합격, 평균점수 78.89점으로 중입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하씨가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97년 초. 시내를 돌아다니다 거리에 나붙은 야간학교 학생모집 포스터를 보고 '바로 내가 찾던 곳' 이라는 생각이 들어 달려가 등록했다.

손자 11명 가운데 7명은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대졸손자까지 있지만 흩어져 살다보니 하씨의 만학을 도와줄 사람은 야간학교 교사들뿐이었다.

집에서 야간학교까지는 걸어서 35분 거리지만 하씨는 운동삼아 줄곧 걸어서 등하교했다.

덕분에 신경통 등 잔병까지 말끔히 씻을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큰 수확이었다.

일본에서 초등학교 1학년 과정만 마치고 입국, 5남매를 키우느라 공부할 틈이 없었던 하씨는 지금은 자녀들을 모두 분가시키고 남편 최기식 (80.제주농고 졸업) 씨와 단 둘이 여생을 보내고 있다.

"전에 이해되지 않던 TV에서 나오는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가 가장 기뻤다" 는 하씨는 앞으로 고입검정고시를 준비하며 계속 공부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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