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핵 기술 주고 300만 달러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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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파키스탄의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사진) 박사가 북한과 핵 커넥션을 맺게 된 과정이 드러난 문서가 공개됐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20일(현지시간) 칸 박사가 북한에 핵 관련 기술·장비를 제공한 경위를 담아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 편지는 2003년 12월 핵 확산 스캔들로 가택 연금당한 칸 박사가 독일에 사는 부인에게 보낸 서한의 사본이다.

칸 박사는 “퇴역한 파키스탄 장성이 북한에서 받은 300만 달러(약 36억원)를 갖고 와 설계도와 장비 제공을 부탁했다”고 편지에 적었다.

이 편지에서는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지만, 칸 박사가 지난해 AP통신에 밝힌 대로 이 돈을 받고 전달한 관련 장비는 원심분리기 20여 기, 유량계, 원심분리기용 특수기름 등인 것으로 추정된다. 칸 박사는 당시 “북한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1급 비밀 시설인 원심분리기 공장을 견학시켜 주고 기술 지도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편지에는 또 북한뿐 아니라 이란·리비아·중국에도 핵기술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토 정권(1988~1991) 당시 장성이었던 임티아즈 장군이 설계도와 장비 일체를 이란 측에 넘겨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칸 박사는 공급자들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줬다고 편지에서 밝혔다.

그는 또 파키스탄 기술로 중국 산시(陝西)성 한중(漢中)에 원심분리 시설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시점을 밝히지 않은 채 칸 박사는 이 시설의 건설 대가로 중국 측으로부터 핵무기 설계도와 농축 우라늄 50㎏, 농축용 우라늄 원료 15t을 받았다고 적었다. 칸 박사는 이어 2003년 리비아 측에 원심분리기용 부품을 수송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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