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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1대 통행도 빠듯 … 서대구공단·3공단 리모델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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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구시 북구 노원동 제3공단의 골목길에 전봇대가 어지럽게 늘어서 있다. 대구시는 이 공단을 내년부터 2020년까지 재정비(리모델링)하기로 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15일 오후 대구시 서구 중리동 서대구공단 N섬유 앞 도로. “빵빵”하는 차량 경적이 잇따라 울린다. 4.5t 트럭을 도로에 세운 채 섬유원단 뭉치를 내리던 50대 운전사가 급히 운전석에 오른다. 20여m 후진해 인근 업체의 마당으로 비켜서자 트럭과 승용차들이 지나간다.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작업을 계속했다. 이 업체 마당에는 제품이 가득 쌓여 주차할 곳이 없다. 폭 10m인 도로 한쪽에는 주차 차량이, 다른 쪽에는 제품을 운반할 때 받침대로 쓰는 나무 팔레트가 쌓여 있다. 그는 “제품을 싣고 내리는 게 마치 전투하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다.

옆 도로는 더 심각했다. 폭 8m의 도로 양쪽이 주차장으로 변해 통행 폭이 3.5m에 지나지 않는다. 트럭 한대가 지나가기도 빠듯하다. S섬유 서정훈(38) 부장은 “이곳에는 5t 이상 차량이 다니지 못한다”며 “대형 트럭이 드나들지 못하는데 어떻게 공단 구실을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중리·이현동 일대에 위치한 서대구공단의 모습이다. 공단 간선도로를 제외하고 가장 넓은 것이 폭 15m다. 도로 양쪽은 주차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공장 면적이 좁아 주차장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공단은 슬럼가를 연상케 한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곳곳에 보인다.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로 지붕을 덮은 곳도 있다. 한 공장을 나눠 임대하다 보니 정문에 업체 간판이 여러 개 붙어 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공원이나 나무 그늘도 제대로 없다.

북구 노원동의 제3공단도 서대구공단과 닮은꼴이다. 3공단은 1968년 조성됐다. 당시 북구 침산동의 제일모직 일대의 제1공단, 현 성서공단 지역의 제2공단에 이어 세 번째로 지정된 공단이란 뜻이다. 일부 업체는 컨테이너에 화물을 실을 곳이 없어 야간에 만평네거리 옆에서 작업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대구시가 두 공단의 재정비(리모델링)에 나서기로 한 이유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서류평가·현지실사를 거쳐 두 곳을 노후산업단지 재정비 우선사업지구로 선정했다.

◆어떻게 리모델링 하나=대구시 남희철 산업단지개선담당은 “단순히 공단을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산업단지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도심에 위치한 만큼 지리적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개발 방향을 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대구공단의 경우 기존 섬유업체 외에 의료·패션·헬스케어 업체 등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3공단은 대구의 특화산업인 안경과 첨단부품소재를 생산하는 단지로 만들 방침이다. 또 각종 문화시설을 입주시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산업단지로 바꿔 나간다는 것이다. 공단 도로를 넓히고 녹지 공간을 조성해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 개발은 블록별로 공장 소유자가 지주조합을 만들거나, 공장을 개·보수할 경우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는 국비 등을 합쳐 4조2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서중현 서구청장은 “서대구공단은 이미 공단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며 “공단 재정비가 서구 발전에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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