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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커플 김영빈 - 에이미 ‘사랑의 사각링에 빠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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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김영빈 파이팅!”

지난 19일 경기도 일산 라페스타광장 특설링에서 열린 라이트급 한국타이틀매치에서 이선행에게 1회 KO승으로 4차 방어에 성공한 김영빈(왼쪽)이 연인인 에이미와 다정한 포즈로 기념촬영을 했다. 둘은 내년 말 캐나다에서 결혼할 예정이다. [김효경 기자]

19일 다이나믹 복싱 ‘코리안 챔피언십 토너먼트 2009’ 왕중왕전이 열린 경기도 일산 라페스타광장 특설링. 한국 라이트급 타이틀전이 시작되려는 순간 한 여성의 응원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수현’이란 한국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를 한 그녀의 진짜 이름은 에이미 미첼 비리조스키(29·천안UP체육관). 캐나다 국적을 가진 한국 여자 플라이급(50.8㎏ 이하) 랭킹 4위 복서다. 그녀가 응원한 김영빈(25·천안 충의대 체육관)은 한국 라이트급 챔피언. 둘은 내년 결혼을 앞둔 한-캐나다 복싱 커플이다.

# 수감 중에 시작한 복싱

김영빈은 만 19세이던 2004년 겨울, 폭행죄로 수감된 천안소년교도소에서 복싱을 시작했다. 당시 천안소년교도소에는 복싱부인 충의대(2009년 초 해체)가 있었다. 빡빡한 수감생활 중에 복싱은 김영빈에게 해방구였다. 그는 “복싱을 하는 게 손톱깎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어요. 힘들긴 했지만 복싱을 하면 마음이 확 풀렸죠”라고 복싱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김영빈은 2005년 처음으로 출전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상대를 연거푸 눕히고 우승했다. 프로 데뷔전인 신인왕전에서는 당당히 준우승까지 했다. 그러나 2006년 3월 출소한 뒤 글러브를 벗어야 했다. “대전을 치를 상대도 찾기 쉽지 않았고, 대전료도 턱없이 헐값이었습니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열망은 어쩔 수 없었다. 김영빈은 교도소 시절 자신에게 복싱을 가르쳤던 최한기(53) 충의대 감독을 찾아갔고, 그에게서 천안시내 복싱 체육관 몇 곳을 소개 받았다. 마음을 다잡고 훈련한 끝에 1년 만인 2008년 초 라이트급 한국 챔피언에 올랐다.

# 복싱과 한국을 좋아한 에이미

복싱을 좋아하던 에이미는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영문학) 시절 호신술 차원에서 복싱을 배웠다. 그러다 2004년 2월 한국으로 건너왔다. 부전공인 한국문화를 배우다 한국에 매력을 느껴서였다. 천안에 있는 영어학원과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에이미는 한국에 1년간 머무를 생각이었으나 한국 사람, 한국문화가 마음에 들어 체류 기간을 계속 연장했다. 그러다 2007년 8월 다시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고, 주변의 권유로 두 달 만에 국내 프로 테스트에도 합격했다. 욕심이 생긴 그녀는 다음해 2월 프로 데뷔전을 치르고 프로 복서가 됐다. 에이미는 “경기 전에는 항상 긴장이 돼요. 그래도 경기가 끝나면 기분이 좋아지죠”라고 복싱 예찬론을 편다.

# 체육관에서 사랑은 싹이 트고

2008년 봄 천안 UP 체육관을 찾은 김영빈은 이미 이 체육관에서 훈련 중이던 에이미를 만나게 된다. 1년 가까이 탐색전을 펴던 둘은 지난 4월 김영빈이 전화로 프러포즈를 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김영빈의 “같이 산책이나 하자”는 제안을 에이미가 받아들이면서부터 교제가 시작됐다.

김영빈에 대해 에이미는 “처음 봤을 때 키도 크고 잘생겨서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영빈은 “외모도 예쁘지만 한국을 배우려 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씨가 마음에 든다”며 좋아했다. 이어 “한국말을 알아듣기는 하지만 말하는 건 서투르다. 그래도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이 무척 예쁘다”고 했다.

김영빈은 “복서끼리 만나다 보니 처음에는 복싱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썩 좋지 않더라. 그래서 요즘엔 되도록이면 복싱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 결혼 후 캐나다에서 복서 활동할 것

두 사람은 내년 말께 캐나다로 함께 건너가 결혼할 생각이다. 김영빈의 가족도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이미 에이미를 한 식구로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 김우태(53)씨는 에이미를 불러 참치찌개를 해 주기도 한다. 김영빈의 큰누나 선화(28)씨는 “에이미를 만나고 나서 일도 잘 풀리고 모두들 좋아해요. 앞으로도 둘이서 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영빈은 “캐나다로 가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세계챔피언이란 목표를 갖고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에이미에게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김영빈은 “영어 공부가 너무 어려워요. 만날 잊어버리고… 그래도 에이미가 친절하게 가르쳐줘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데이트는 언제=운동을 하고 쉬는 시간에 짬짬이
▶데이트 땐 주로 뭘 하는지=커피를 마시거나 자전거를 탄다
▶좋아하는 음식은=김영빈 아버지가 해주는 참치찌개 좋아한다
▶다투지는 않는지=가끔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아도 싸우지 않는다
▶2세 계획=영빈은 셋 바라지만 에이미는 하나만 낳자고 협상 중
▶취미는=에이미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영화관에 자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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