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위한 무료 변론은 로펌의 책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4면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은 국제화된 젊은 법조인 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법률회사 ‘화이트 앤드 케이스’의 휴 베리어(사진) 회장은 21일 중앙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빗장 걸린 한국 법률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화이트 앤드 케이스는 미국 내에서도 국제화가 가장 잘된 법률회사 중 하나다. 전체 2500여명의 변호사중 3분의 2가 해외에서 일하고, 전세계에 36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다.

- 방한 목적은.

“2004년 이후 5년만에 다시 방문했다. 그간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해 한국의 각종 여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왔다. 현재 일본·중국·싱가프로 등 아시아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한국에는 없다. 전반적으로 정치·경제적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껴진다.”

-한국 로펌들과의 관계는.

“한국 법률회사들이 외국 로펌들의 진입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간 좋은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아직 정식 파트너 관계를 맺은 한국 회사는 없지만 좋은 친구들은 여럿 있다”

-한국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의견은.

“법률서비스 분야 개방이 한국의 국익과 상충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선 한국 기업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법률 서비스의 질도 좋아질 것이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 앞서가고 있는 삼성·현대와 같은 기업들로서는 글로벌화된 법률회사의 서비스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 로펌에 비해 국제화된 법률회사의 장점이라면.

“무엇보다 국제화된 인적자원이라는 측면에서 앞선다.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외국 로펌들이 들어오면 한국 사회에는 무슨 도움이 되나.

“다양하고 앞선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한국 법조계의 국제화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외국 법률회사가 이곳에 사무실을 개설하면 한국 법률가를 채용해야 한다. 국제화된 법률회사의 경우 통상적으로 소속 변호사들 간의 인적 교류를 실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 변호사들이 외국에서 일할 기회가 많아지고 자연히 법조계의 국제화가 이뤄지게 된다. 나 자신도 27년간 7개국에서 일했다.”

-변호사들의 사회봉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미국 법률회사들은 ‘프로 보노(Pro Bono)라고 불리는 무료변론를 중요시한다. 프로보노는 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For the public good)’라는 뜻이다. 로펌들은 사회내에 존재하는 법률수요를 충족시켜야하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아무리 큰 법률회사라 할지라도 빈곤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봉사해야 한다. 우리 화이트 앤 케이스도 적십자 등 사회단체를 위해 무료변론을 해왔다.”

-젊은 법학도를 육성하는 일도 하나.

“화이트 앤 케이스는 1960년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필립 제섭 국제모의법정대회 (Philip Jessup ILMCC)’를 후원하고 있다. 필립 제섭은 유명한 법률가 이름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온 500명 이상의 법학도들이 참가한다. 이들은 각 대학별로 팀을 짠 뒤 특정 사안을 놓고 변론 경쟁을 벌여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 체스의 달인이라고 들었다.

“입상을 한 적은 없지만 국제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 체스 애호가다. 변호사 업무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머리를 식히는데 큰 도움을 준다.”

글=남정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