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한 서울시 행정편의주의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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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평소의 5~6배나 되는 바가지 요금만이라면 이렇게 억울하고 분하지는 않을 겁니다. 민원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서울시 행정에 분노를 느낍니다. "

2개월 마다 10~12만원 정도의 수도 요금을 물어오던 孫상영 (75.마포구망원동478 - 7) 씨는 지난해 11월 58만1천7백50만원이라는 거액의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5가구가 살고있는 다가구 주택 소유주였던 孫씨는 즉각 서울시 서부수도사업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며칠후 孫씨 집을 찾은 누수탐지 기동반은 "누수가 원인" 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누수지점은 찾지 못한 채 돌아갔다.

이후 孫씨는 계량기 교체를 요구했고 현장 공무원은 계량기 교체비용은 민원인이 부담하지 않도록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량기에 이상이 없을 경우 민원인이 계량기 값을 물어야한다" 는 약속을 받은 뒤 계량기를 교체했다.

다행히 다음 고지분인 1월 상.하수도 요금은 이전과 비슷하게 9만7천7백89원이 나왔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서울시 공업시험소에서 검사한 결과 과거 계량기가 10%의 오차를 보이고 있으므로 부과된 금액의 10%만 깎아주겠다고 통보해왔다.

손씨가 "10% 오차라면 5~6배가 되는 요금이 나올수 없다" 며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또 다시 민원 요청을 해 누수탐사를 해봤지만 결국 누수지점을 찾지는 못했다.

현장에 나온 기동반은 "화장실 양변기 고장으로 물이 흘렀을 것이다" "고장난 것을 몰래 수리한뒤 억지를 부린다" 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지친 孫씨는 "누수로 인정할 경우 20여만원 정도만 내도록 해주겠다" 는 담당 공무원의 말에 누수 인정 서류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그 공무원이 "처음에는 누수라고 인정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꾼다" 는 등의 인신공격까지 하는데 분노한 孫씨는 결국 누수를 인정하지 않고 50여만원을 물기로 결심했다.

5월 31일까지 체납요금을 내지 않으면 단수를 하겠다는 경고장을 받고 지난달 31일 오후 3시쯤 요금을 내러갔던 孫씨는 또 다시 공무원들의 불친절을 겪어야 했다.

고지서가 기한이 지나 받을 수 없다는 은행원의 말에 서부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필요하면 와서 고지서를 받아가라" 는 퉁명스러운 답변만 들었다.

사정을 설명했지만 "담당자가 없다" 는 말 뿐이었다.

"뒷날 확인해 본 결과 단수를 어느 정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당시 그렇게만 설명해줘도 그렇게 당황스럽고 화가 나진 않았을 겁니다. "

孫씨는 "부당한 요금이 나왔을 경우 민원인이 그 원인을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바가지 요금을 뒤집어 쓰도록 돼 있다" 며 "시민이 아니라 공무원 편의가 위주인 것은 민선 자치시대에도 마찬가지" 라고 탄식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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