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68혁명' 다룬 '신좌파의 상상력…' 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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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만일 '상상력으로 권력을 쟁취하자!' 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그리고 격렬한 투쟁의 와중에 어린이를 데려와서 ( 'tot - in' 시위) 놀고 ( 'be - in' 시위) 심지어 '사랑행위' ( 'bed - in' , 'love - in' 시위) 까지 곁들인다면….

하지만 68년 프랑스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전세계로 번졌던 '68 혁명' 의 실제 구호는 그랬고 시위 양상은 가끔씩 묘한 해프닝으로도 이어졌다.

우리에겐 덜 알려진 부분이 많은 프랑스 '68혁명' .어쩌면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을 그 실체가 미국의 정치사회학자 조지 카치아피카스 (52.보스턴 웬트워스공대.인문사회과학부) 교수의 '신좌파의 상상력 - 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 (이재원, 이종태 옮김.이후.1만4천원) 을 통해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은 87년 출간 당시부터 주목을 받아 지금은 '68의 교과서' 로 불릴 정도다.

'68 혁명' 은 그해 8월 멕시코에서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표출됐고 70년대초까지 독일.스페인.이탈리아.아르헨티나.일본 등지까지 신좌파 중심의 학생운동으로 번져나갔다.

또 체코 '프라하의 봄' , 폴란드 자유노조운동도 같은 맥락. 미국에선 마르틴 루터 킹의 암살을 계기로 학생운동이 터져나온 뒤 70년 반전 (反戰).인종해방 시위로 절정을 이뤘다.

그것은 권력에의 반란이었고 자본주의 문명의 통속성과 권태에의 거부였다.

카치아피카스가 독일의 문예비평가인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개념을 빌려 사용한 것으로는 '해방을 향한 본능적 욕구' 로서의 '에로스' (마르쿠제는 '에로스' 를 '삶의 총체적 본능' 의미로 사용) .혁명의 전세계적 확산현상을 놓고서는 '에로스 효과' 라고 이름했다.

그런데 왜 시위구호도 책제목도 모두 '상상력' 일까. 바로 신좌파의 새로움을 거론하기 위해서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처음 형성된 '전지구적 우리' 가 개별 민족적 영웅과 문화를 초월하고 글로벌한 영웅과 문화를 탄생시켰던 것" 이다.

신좌파적인 표현으로는 음모적인 정치권력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작동하는 권력' , 그리고 노동을 억압하는 거대자본이 아니라 '내 안에 숨은 자본' 에 먼저 저항하며 스스로 해방을 꾀하는 의미다.

하지만 '68 혁명' 의 '상상력 복원' 작업은 사회재건의 힘으로 가시화하지 못한 채 여전히 미완 (未完)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68' 은 어떻게 신좌익 운동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를 신좌파의 '정치적 반란' 에 내재돼 있던 '문화적 전복' 에서 찾고 있다.

"그들의 급진적 동력은 독일.세네갈.브라질의 '뉴 시네마' 운동으로 표출됐으며 레게.뉴웨이브.펑크록 등에 묻어났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대부분의 대안적 소수자운동도 '68' 의 이념 속에 위치했던 것이다. "

이 책을 통해 '68 혁명' 은 일상.미학.예술 등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다.

이는 카치아피카스 자신이 '68 혁명' 에 휩쓸려 옥살이를 하고 10년 이상 자료를 수집했던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올 8월말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바탕의 '68 축제' 를 벌일 예정.

신좌파 (뉴 레프트) 1959년 영국에서 격월간 '뉴레프트 리뷰' 를 통해 시작된 비 (非) 공산 좌익 사상운동. 구좌파 (올드 레프트)가 계급의식과 전투적 노동운동성을 강조한 반면 신좌파는 이념을 도처에 산재하는 권력로부터의 인간해방 차원으로 확대시켰다.

문화적 순응주의에 대한 저항도 신좌파의 특징적 요소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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