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 또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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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잠잠해져가는 듯하던 세계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큰 폭으로 출렁거리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남미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출범 다섯달을 넘긴 유럽 단일통화 유로화는 연일 하락세다. 상승세를 타던 아시아 금융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 중남미 =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남미 주요 증시는 5월 한달동안 10~20% 떨어졌다. 환율도 불안하다. 아르헨티나가 달러당 1페소로 고정된 페그제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당 1.6레알대를 유지해온 브라질 통화도 1.8레알에 육박하고 있다.

브라질의 레알화 평가절하 이후 중남미 국가들의 대 (對) 브라질 수출이 급감, 대부분 국가가 늘어나는 무역.재정 적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중남미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 추이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구리 등 원자재가 20% 가량 상승했으나 이는 국제 투기자본의 투자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원자재 가공업체인 영국의 리오 틴토 그룹의 데이비드 험프리 수석연구원은 "얼마전까지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기대됐지만 최근 들어 실수요 증가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대세" 라고 말했다.

◇ 유럽.아시아 = 영국의 BBC방송 등 유럽 언론들은 지난 주말부터 연일 유럽중앙은행 (ECB) 이 유로화의 1달러선 붕괴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보도를 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달 26일 이후 유로당 1.04달러대로 떨어져 출범 당시에 비해 12.6% 하락했다. 한스 디트마이어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유로화가 경계수위까지 떨어졌다" 고 우려했다.

유로화의 약세는 무엇보다 유럽의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 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의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성장률보다 떨어지고 재정적자도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증시도 지난 한주 동안 1~3% 하락했다. 홍콩 등 동남아시장은 중남미에 비해 다소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다우지수가 하락하면 다음날 동반 하락해 여전히 외부 충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증시상황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조정국면" 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미 금융당국이 다우지수의 급락만 적절히 방어한다면 97, 98년 같은 금융위기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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