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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작곡상’ 1위 스페인 부르고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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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올해 6월 접수로 시작한 ‘제2회 국제 윤이상 작곡상’이 19일 수상자 선정으로 막을 내렸다. 대상 수상자 마누엘 마르티네즈 부르고스(왼쪽)와 중앙일보 특별상을 받은 김택수씨. [윤이상 평화재단 제공]

19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음악당. 100인조 규모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다. 제2회 ‘국제 윤이상 작곡상’의 결선 무대였다.

만 40세 이하 작곡가들은 큰 편성의 연주자들에게 음향의 한계를 실험하는 작품으로 윤이상 작곡상에 도전했다. 관악기 연주자가 20명이 넘었고, 마림바·톰톰 등 타악기 연주에 4명이 투입됐다. 보통 연주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본선 진출작 5곡 중 세번째로 연주된 작품이 시작되자 관악기 주자 3분의 2가 퇴장했다. 규모보다는 선명한 음악적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는 작품이었다. 오케스트라 내 악기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작곡가는 일정한 리듬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멈추도록 지시했다. 갑작스러운 침묵이 세 번 나왔다. 다른 참가자들이 대편성 오케스트라에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낼 때, 이처럼 간결한 작품으로 우승과 상금 2만 달러를 차지한 이는 마누엘 마르티네즈 부르고스(39·스페인)다. 작품명은 ‘시빌루스(Sibilus)’. 휘파람을 뜻하는 라틴어다.

부르고스는 지난 반년 동안 전세계의 휘파람에 중독됐다. 스페인은 물론 멕시코·프랑스·그리스·네팔·카나리 제도와 알라스카의 휘파람 소리를 채집해 각각 다른 소리의 스펙트럼을 컴퓨터로 분석한 뒤 이를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15분 길이의 이 작품에는 이처럼 각기 다른 휘파람 소리가 들어가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휘파람이다. “다양한 문화에서 휘파람으로 대화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이를 종합해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부르고스의 설명이다. “대화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침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곡 중간에 갑작스러운 고요를 넣었다.

이 작품으로 23개국 70명의 작곡가 중 1위를 차지한 부르고스는 “다른 작품들의 수준이 높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는 소감을 전했다. 독일·프랑스·중국·한국·스위스의 심사위원단 또한 “결선에 오른 5곡 모두 각각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심사가 즐거웠다”는 평을 내놨다. 한국의 진은숙 심사위원은 “무려 5곡의 현대작품을 하루 저녁에 연주하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발전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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