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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환씨 등 고 장욱진화백 제자들 3인전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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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 (故) 장욱진 화백 (1917~90) 은 "그림은 가르칠 수 없는 것" 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럼에도 대가의 문하는 북적댔다.

직접 사사한 경우뿐 아니라 먼 발치에서 스승을 흠모하며 따라 배우려는 넓은 의미의 제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6월 8~21일 갤러리 현대 (02 - 734 - 6111)에서 열리는 '큰 산의 세 물길' 전은 장욱진을 마음의 스승으로 모셨던 오수환 (회화).한용진.이영학 (조각) 세 제자들이 함께 한 자리다.

이 3인전은 통상 그룹전이 미술사적 주제를 놓고 기획되는 것과 달리 인간적인 계기에서 이뤄져 더욱 흥미를 끈다.

장화백과 오랜 교분을 쌓은 김형국 (57)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장욱진의 닮은 꼴" 이라 생각하며 교제해온 세 작가를 한데 모은 것.

김교수는 장욱진의 작품 '까치' (58년)에 반해 "작품을 보러 가고 싶다" 는 편지를 띄워 작고하기까지 18년간 교분을 나눴고 장욱진 타계 후 '그 사람 장욱진' '장욱진, 모더니스트 민화장 (民畵匠)' 등 전기를 썼다.

김교수가 회고하는 '큰 산' 장욱진의 사는 모습이란 "곁눈질하지 않고 한 길로 매진하는, 우직하리만치 예술가적 신념이 강한" 면모를 의미한다.

'세 물길' 역시 모두 남다른 작가적 열정과 탄탄한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다.

미술동인모임 '앙가주망' 을 통해 장욱진과 만났던 오수환 (53) 서울여대 교수는 '곡신' '적막' 연작으로 잘 알려진 작가.

아무 형상도 그려져 있지 않은 단색조의 텅빈 화면과 무심히 쓱쓱 붓질을 한 듯한 화면의 조합인 '적막' 을 두고 미술평론가 미셸 누리자니는 "그의 '대화체 화폭' 에는 역동의 원리와 휴식의 원리가 상호순환하는 음양의 리듬이 살아있다" 고 평한다.

오교수는 8~20일 가나아트센터 (02 - 720 - 1020)에서도 개인전을 갖는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한용진 (65) 씨는 조각 전공이면서도 서울대 재학 시절 장욱진에게 직접 그림을 배웠다.

장욱진의 덕소 작업실 외벽에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던 그는 자연 상태의 돌에 최소한의 손질만을 가하는 무작위적인 작업을 보여준다.

"심플하다" 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던 장욱진을 떠올리게 한다.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수화 (樹話) 김환기 (金煥基) 와 함께 한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던 한씨가 드물게 갖는 국내 전시이기도 하다.

3인 중 막내 격인 이영학 (51) 씨는 김교수의 주선으로 입원 중이던 장욱진을 찾아가 얼굴상을 제작한 인연이 있다.

가위. 낫. 못. 집게 등 못 쓰는 쇠붙이를 모아 만든 작품이나 청동을 마치 울퉁불퉁 못생긴 화강암처럼 쪼고 파낸 작품에는 익살기가 흐른다.

교수직을 마다하고 전업작가의 길을 택한 이씨에게서 김교수는 일로매진하는 '장욱진다움' 을 읽어낸다.

이씨는 현재 바티칸 한국성당에 세워질 김대건 신부상을 조각하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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