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부인 옷로비설] 사직동 팀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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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옷 로비 의혹사건 진상조사에 나선 한나라당 '장관부인 호화의상 뇌물 및 갈취 진상조사 특위' 위원 7명이 28일 경찰청을 방문했다.

경찰청 특수수사대 (사직동팀) 의 내사자료 확보가 주된 방문 목적이었으나, 최광식 (崔光植) 경찰청 조사과장 (사직동팀장)에 대한 수사내용 추궁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한나라당으로선 김태정 (金泰政) 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 (延貞姬) 씨가 남편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최순영 (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의 구속임박 사실을 발설했다는 조사팀장의 진술을 얻어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崔과장은 당초 延씨와 강인덕 (康仁德) 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 (裵貞淑) 씨 조사에서 발설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으나 기자들이 몰려가 "延씨가 시인한 게 사실이냐" 고 재차 묻자 "기억나지 않는다" 며 얼버무렸다.

그 뒤 청와대 박주선 (朴柱宣) 법무비서관이 경찰청을 방문한 뒤 崔과장은 의원들에게 "延씨도 시인했다고 말한 것은 착각이었다" 고 진술을 뒤집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직동팀 내사자료 요구에 대해서도 그는 이날 오전 '사생활 보호' 를 내세워 거부했으나 이날 오후에는 "延씨가 제기한 소송 때문에 대검이 자료를 요구해 오후 3시쯤 넘겨줘, 줄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특위위원들은 "검찰에 참고용 자료를 보낼 때는 사본을 보내는 것 아니냐" 고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밤늦게까지 농성을 벌였다.

다음은 崔과장과 의원들의 일문일답.

- 조사에 착수한 계기와 조사기간은.

"박주선 비서관의 첩보 제공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원 4명이 지난 1월 15일부터 2월 5일까지 했다."

- 朴비서관의 지시내용은 뭐였나.

"崔회장 부인 이형자 (李馨子) 씨가 장관 부인들에게 崔회장 외화 밀반출사건 무마 명목으로 앙드레김과 페라가모 등에서 2천2백만원어치 의류를 선물했다는 것과 라스포사에서 검찰총장 부인이 3천5백만원짜리 밍크 코트를 샀는데 李씨에게 대신 지불하게 했다는 첩보내용이었다."

- 누구를 조사했나.

"李.裵.延씨, 李씨 동생, 옷가게 주인 등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다."

- 조사는 어디서 했나.

"1월 18일 라스포사 사무실에서 장관부인 3명과 옷가게 주인을 따로 조사했다."

- 주장이 엇갈리는 李씨와 裵씨를 대질 신문하지 않은 이유는.

"裵씨는 1월 18일 11시간 동안 첫 조사를 받는 가운데 각혈하고, 귀가중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후 조사에서도 산소 마스크를 썼다.

의사도 말렸고, 대질해도 두사람 주장이 평행선을 그을 게 뻔했다."

- 조사 결과는 뭔가.

"페라가모에선 옷을 안 산 것으로 확인됐다. 앙드레김에선 延씨가 옷 두벌을 1백20만원에 샀고, 裵씨가 30만원짜리 옷을 사서 延씨에게 그 자리에서 선물했다. 라스포사에 延씨와 裵씨, 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 (당시 행자부장관) 부인이 처음 갔을 때는 延씨가 70만원어치 옷 두벌을 샀고, 12월 28일 두번째 가서는 延씨가 50만원어치를 샀다. 李씨가 돈을 냈거나 한 사실은 없었다."

- 밍크 코트는 어떻게 된 것인가.

"호랑이무늬 털코트를 라스포사에서 장관 부인들이 돌려가며 입어본 뒤 옷가게 주인인 정일순 (鄭一順) 씨가 延씨에게 '7백만~8백만원이지만 4백만원에 줄테니 가져가라' 고 했는데 延씨가 거절했다. 그런데 鄭씨는 延씨가 산 옷을 차에 실어주면서 이 코트를 延씨 모르게 집어넣었다. 延씨가 다음날 '안 산다고 했는데 왜 실었느냐' 고 항의했고, 설 연휴가 끝난 뒤 돌려준 것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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