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날림 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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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서울 성균관대 앞 버스정류소 바닥이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노면에서 부서져 나온 붉은색 아스콘 가루 때문에 붉게 물들어 있다. 장문기 기자

19일 오전 10시 서울 도봉.미아로의 성균관대 입구 앞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10여명이 버스가 들어올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정류소 안쪽으로 몸을 피한다. 노면이 팬 곳에 고여 있던 빗물이 정류소 쪽으로 튀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 빗물이 아니다. 부서진 붉은색 아스콘 가루가 빗물에 잔뜩 섞여 있다. 낭자한 선혈 같은 붉은색이다.

이은진(21.학생)씨는 "최근 비가 올 때마다 붉은색 빗물이 튀어 옷을 버리곤 했다"며 "빨아도 붉은색이 잘 빠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162번 버스 운전기사인 김영순(52)씨는 "지난달만 해도 괜찮았는데 며칠 전부터 중앙차로가 팬 곳이 많아져 비만 오면 손님들이 불평이 많다"고 말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된 수색.성산로와 강남대로도 사정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수색.성산로의 옛 성산회관 앞 정류소, 강남대로 양재역 정류소 부근 중앙차로에도 웅덩이가 생겼다.

서울시가 7월 1일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면서 붉은색으로 포장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두달도 채 안 돼 곳곳이 패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팬 곳에 고인 빗물이 튀면서 중앙차로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옷을 버리는 시민도 늘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 시민게시판에는 이날 항의 글이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시공한 지 두달도 안 돼 아스콘이 곳곳에서 파손된 것은 제대로 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부 김부일 박사는 "일반적으로 아스콘 수명은 10년으로 본다"며 "서울시가 중앙차로 공사를 하면서 기존 포장의 표층 부분을 제거하고 코팅 작업(일종의 접착제를 바르는 작업)을 한 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붉은색 아스콘을 깐 다음 다지는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서두르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올 여름 더위가 심해 아스콘에 균열 현상이 자주 발생한 데다 일부 붉은색 아스콘의 재질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지 부실시공은 아니다"며 "파손된 도로에 대해선 아스콘 업체에 개.보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만이 대거 접수되자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도봉.미아로 구간을 우선 21일까지 긴급 보수키로 했다. 시측은 문제 구간의 아스콘을 뜯어낸 뒤 새 아스콘을 덮어씌울 계획이다. 붉은색 아스콘을 다시 덮기 위해서는 도로 1㎞당 250여만원이 들어간다.

◇ 컬러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의 약자로 보통 아스팔트라고도 부른다. 아스팔트는 본래 원유에서 분리된 검은색 찌꺼기만을 뜻한다. 아스콘은 아스팔트에 굵은 골재(자갈), 잔 골재(모래), 석분(포장용 채움재) 등을 가열하거나 상온 상태에서 혼합해 만들어 도로 포장용으로 쓴다. 컬러 아스콘은 아스콘을 만들면서 도료를 배합해 만든다.

강병철.김은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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