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콜택시 기사, 20대 여성이 술만 먹고 타면 성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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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과 회식이 많은 직장인은 밤에 택시 잡는 게 큰 골치거리다. 더구나 다른 도시로 출퇴근하는 경우는 야간 할증 요금에다 다른 도시의 영업 구역까지 넘어가야 하니 요금도 부르는 게 값이다. 이럴 경우는 단골 콜택시 번호를 하나쯤 알아 두는 게 좋다.

그런데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콜택시라고 해서 무조건 방심하다간 큰코 다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물론 모든 콜택시 운전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 부평에 사는 30대 직장인 여성이 단골로 타고 다니던 콜택시 운전사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그 과정을 디지털 카메라에 찍히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국일보가 19일자로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새벽 2시30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직장 근처에서 술을 마신 A씨는 부평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잠시 뒤 도착한 차는 A씨가 2년 전부터 줄곧 이용해왔던 콜 택시였다. 야근과 회식이 잦다 보니 한 택시만을 지정해 사용했는데, 택시 기사와도 안면이 있던 터라 A씨는 만취 상태였지만 마음 놓고 잠에 빠져 들었다.

하지만 택시기사 김모(32)씨는 A씨가 곤히 잠든 것을 보자 흑심을 품었다. 김씨는 차를 자유로 갓길에 세운 뒤 뒷좌석으로 가 A씨의 옷을 벗기고 성추행했고 이 과정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하지만 술에 곯아 떨어져 있던 A씨가 잠에서 깬 것은 택시가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A씨는 아무 것도 모른 채 5만원 안팎의 택시비를 내고 내렸다.

김씨의 '완전 범죄' 행각이 덜미가 잡힌 것은 지난 6일.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도로에서 김씨가 속도위반 등의 단속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차량번호판에다 테이프를 붙이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관의 검문에 붙잡힌 것.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성추행하고 카메라에 몰래 찍은 여성은 확인된 것만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20~30대 6명이었다. 경찰이 압수한 김씨의 디지털카메라에는 이 여성들의 나체 사진이나 성추행 장면 등 20장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여성들은 모두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해 여성 6명 중 한 명만 신원이 확인됐는데, 나머지 여성들도 만취 상태여서 성추행을 당했는지 깨닫지 못한 것 같다"며 "김씨가 따로 수면제 등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택시 트렁크에서는 문제의 디지털카메라를 비롯해 손님들이 두고 내린 휴대폰 6개와 지갑 3개 등이 발견됐고 김씨의 집에서도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 등이 추가로 발견됐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대 여성들이 만취한 상태에서 택시에 탈 경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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