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리치 '천주실의' 번역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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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초기 동서교섭사의 굴곡을 보여주는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 (서울대 출판부)가 송영배 서울대 철학과 교수, 조광 고려대 사학과 교수 등 국내 철학자.역사학자 6인의 4년여 협동작업으로 번역.출간됐다.

16세기말 이탈리아인인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중국에 들어가 27년간 (1583 - 1610) 전교활동을 함으로써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본격적인 교섭 국면에 들어선다.

마르코 폴로는 한 개인으로 중국을 여행했고, 중국에 거의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반면 리치는 유럽의 종교를 중국에 퍼뜨리기 위해 조직적 활동을 벌여 '서학 (西學)' 이라는 학풍을 이끌어냈다.

폴로의 여행기는 신기한 읽을거리에 그쳤지만 리치의 저술들은 유럽과 중국의 학문적 탐구 대상이 됐다.

리치는 기독교를 중국 지식층에 권유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저술을 남겼는데 '천주실의' 가 그 중 핵심이다.

중국 선비와 서양 선비 사이의 대화체로 엮은 이 책은 기독교 신학의 요체를 중국인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평범한 상식과 유학의 경전에 의탁해 풀이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 '천주실의' 는 후에 조선에 들어와 이익 (李瀷) 이 발문을 쓰기도 하고, 정약용 (丁若鏞) 의 저술에도 그 논지가 종종 활용되는 등 18세기 조선의 서학에도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책" 이라고 강조한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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