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 북핵문제 ‘체면’ 되찾은 중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한의 다자대화 발언은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간절히 바라는 북·미 대화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양자 대화를 할 수 있다”며 북한을 압박해왔다. 따라서 이번 다자대화 복귀는 미국을 향해 보내는 구애 신호로 풀이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던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국제사회의 대화장에 나올 뜻을 밝힌 것은 큰 변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강도에 건설 중인 희천발전소를 시찰했다. 날씨가 쌀쌀해진 듯 외투를 입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 화면은 18일 조선중앙TV에 보도됐다. [조선중앙TV 촬영=연합뉴스]

지난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매우 싸늘해졌다. 6자회담을 만들고 의장국으로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힘써온 중국의 체면을 여지없이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미국·일본이 유엔에서 주도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1874호)에도 찬성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우리의 평화적 위성 발사를 유엔에 끌고가 비난 놀음을 벌인 미국과 그에 아부·추종한 세력”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 중에는 “북한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자”며 흥분하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남북관계의 해빙 조짐이 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으로서도 더 이상 북한을 비판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특히 북·미가 조만간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으로서도 무작정 북한을 홀대해서는 얻을 것이 없다는 실리적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지난달 방북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때부터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후 주석의 특사가 평양을 찾을 것이란 소문들이 줄곧 나돌았다.

베이징 외교가의 또 다른 관심은 후 주석이 보낸 친서 내용이다. 다자회담 복귀를 공언한 북한에 어떤 식으로든 성의 표시 차원에서 물질적 보상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핵 협상 와중에도 북한은 국면이 바뀔 때마다 중국에 손을 벌려왔다”며 “이번에도 식량이든 원유든 뭔가를 얻으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