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38번째 애니메이션에 '타잔'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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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1914년 이래 '타잔' 은 장편영화로만 47번 제작됐다. 월트 디즈니가 38번째 애니메이션 영화로 '타잔' 을 골랐을 때 전문가들의 반응은 '의외' 였다. 소재의 신선감이 떨어지고 기존 실사 영화와 큰 차이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 탓이었다.

지난 22일 뉴욕 기자 시시화에서 뚜껑을 연 디즈니의 '타잔' 전략은 기존 실사영화에 비해 액션이 강조된 'X세대 타잔' 의 등장이었다. 조니 와이즈뮬러로 기억되는 예전의 타잔은 나무 줄기를 옮겨타는 게 장기인 평면적인 액션에 머물렀지만 이 영화의 타잔은 360도 전 방위를 날고 뛰며 스크린을 누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관객들이 타잔과 함께 정글 속을 누비는 느낌을 주려했다" 는 감독 케빈 리마와 크리스 벅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는 듯하다.여기에는 '딥 캔버스' 라는 신기술로 만들어낸 생생한 배경화면도 한 몫 했다.

수석 애니메이터 글렌 킨은 자신의 아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즐기는 것을 보고 신세대 타잔 캐릭터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여기에 '인디애나 존스' 처럼 숨쉴 틈 없이 사건이 이어지며 관객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해 역대 디즈니 영화 중 가장 속도감 있고 다이내믹한 액션을 보여준다.

또한 음악을 담당한 필 콜린스의 노래를 내레이션처럼 사용해 이미 잘 알려진 얘기를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고 빨리 전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타잔이 고릴라 가족의 일원이 돼 철없는 10대처럼 즐겁게 살아가는 초반부가 지나고 '침입자' 제인 일행이 등장하면서 액션의 즐거움은 크게 떨어진다. 인간들을 만나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타잔의 모습이 강조되면서 평범한 드라마로 바뀌는 것.

특히 고릴라들을 도시로 잡아가려는 악당 클레이튼과의 대립은 지극히 단순한 선악의 대립으로 전개돼 김을 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가족' 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야기는 타잔과 고릴라 어머니 칼라가 만나 가족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제인과 아버지인 포터 박사가 정글로 들어와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것으로 끝난다. 이처럼 가족을 강조하는 것은 디즈니의 고유한 전략이자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미국 6월18일, 한국 7월17일 개봉 예정.

뉴욕 =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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