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의 록&論] 제프 벡과 리치 블랙모어의 새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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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기타 거장 두 사람의 새 앨범이 귀를 끈다. 제프 벡의 새 앨범 '후 엘스' 와 리치 블랙모어가 이끄는 '블랙모어스 나이트' 의 앨범 '언더 어 바이올렛 문' 이 그것이다. 두 어른이 가는 방향이 사뭇 대조적인 게 흥미롭다.

우선 제프 벡. 그는 자신의 블루스적인 기타를 받쳐줄 사운드와 리듬으로 '테크노' 를 택하고 있다. 제프 벡 곁에는 언제나 좋은 키보드 연주자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로는 막스 미들턴과 얀 헤머를 들 수 있겠는데, 이들은 제프 벡의 블루스 기타를 '현재형' 의 참신한 사운드로 만드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었다.

제프 벡의 '전통적인' 기타 프레이즈가 늘 '미래적' 인 느낌으로 들리게 된 비밀은 바로 그 '결합' 이었다.

다음으론 리치 블랙모어. 이 양반은 제프 벡과는 대조적으로 먼 과거를 지향하고 있다. 어쿠스틱한 사운드하며 중세를 방랑하던 트루바두르 (음유시인) 를 연상케하는 재킷 디자인 하며. 원래 블랙모어는 이런 성향이 좀 있었다. 그가 서양의 고전음악에 음악적 뿌리를 상당히 많이 적시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또 헤비 메탈의 일반 성향 가운데 하나는 중세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마술과 신비, 그로테스크, 잔혹, 은밀한 향연의 세계가 헤비 메탈의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보여준 블랙모어의 중세 취향은 상당히 급진적이고 전면적이다. 현악과 음계, 블랙모어의 젊은 아내 캔디스 나이트의 청아한 보컬, 그 모든 게 중세의 민중적 축제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잉베이 맘스틴 식의 바로크 기타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가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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