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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벌금’ 대신 ‘사회봉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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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오는 9월 26일부터 벌금을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는 ‘벌금 미납부자 사회봉사 집행 특례법’이 시행된다. 대상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납부할 경제력이 없는 사람에 한한다. 이 법을 만든 취지는 돈 없는 서민들이 벌금을 내지 못해 징역을 사는 것을 막고,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사회봉사로 미납 벌금을 대신하자는 의도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통상 1일 5만원으로 환산해 교도소에서 노역해야 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사람은 매년 3만여 명에 이른다. 또 징역형은 가정·사회생활이 중단되고, 출소 후 사회 복귀가 어려운 부작용이 있어,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범죄에 대해 벌금형을 두었다. 그런데 벌금형을 선고해도 낼 돈이 없으면 사실상 징역형과 차이가 없다는 형평성의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왜 300만원 이하인가? 최근 통계에 따르면 연간 벌금 선고형은 약 135만 건으로, 300만원 이하는 94%인 127만 건이다.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300만원 이하로 한정해도 대부분의 벌금 미납자가 사회봉사 신청이 가능하고, 불법의 정도가 큰 고액 벌금자를 제외시킬 수 있다. 또 보호관찰법상 사회봉사 상한선이 500시간이다.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걸 방지한 것이다. 이때 ‘벌금 300만원 이하’의 기준은 미납액이 아닌 선고액이다. 즉 300만원이 초과된 벌금을 선고 받고 일부 벌금을 납부해 300만원 이하가 남았어도 사회봉사를 신청할 수 없다.

신청 절차는 주거지 관할 검찰청 검사에게 판결문과 사회봉사 신청서 등의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법원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최대 21일이 걸린다. 사회봉사 허가를 통보 받으면 10일 이내에 자신의 주거지를 관할 보호관찰소에 신고하면 된다. 사회봉사를 하는 도중이라도 언제든지 벌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내고 사회봉사를 종료할 수 있다. 이때 사회봉사를 이행한 시간에 해당하는 벌금은 이미 낸 것으로 인정된다. 보호관찰소에서 확인서를 받아 검찰청에 제출하면 그 시간만큼 금액을 빼고 납부할 벌금액을 산정해준다. 만약 건강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검사의 허가를 받아 1회 6개월의 연장이 가능하여 최대 1년 내에 사회봉사를 이행하면 된다. 사회봉사의 취소는 10일 이내에 보호관찰소에 신고를 하지 않을 때, 사회봉사 집행기간 내 마치지 않을 때, 보호관찰관의 집행 지시에 불응할 때다. 이 경우 노역장에 바로 유치하지 않고, 7일간 미납 벌금을 납부할 기회를 준다.

올해는 보호관찰소에서 사회봉사를 집행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간 사회봉사자가 자원봉사자가 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자녀와 함께 노인 수발을 들거나 음식 조리, 미용, 보일러 수리 등 자신의 특기를 활용하여 봉사를 계속한다. 대부분 형편은 어렵지만 돈보다는 인정을 나누려 한다. 이 같은 미담의 주인공은 벌금 미납 사회봉사자들에게도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재 서울서부보호관찰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