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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39> 지나친 빛은 ‘공해’라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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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도시 사람들은 과도한 불빛으로 인해 하늘의 별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됐고 수면 방해를 받기도 한다. 사진은 필룩스 조명박물관의 빛공해 사진공모전(2006년)에서 우수상을 받은 박영진씨의 ‘도시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2년 전 지구의 밤 모습을 찍은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캄캄한 밤인데도 지구 위에는 밝은 점들이 나타났다. 대부분 밤에도 꺼지지 않는 거대 도시의 불빛이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동부 연안지역, 미국의 동부지역, 서유럽 등은 점들이 가득했다. 캄캄한 밤에도 대륙의 해안선을 정확하게 따라 그릴 수 있을 정도다. 자세히 보면 우리 동해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밝힌 불빛도 바다를 훤히 밝히고 있었다.

반대로 어둠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사하라사막을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 남미의 아마존 밀림지역, 동쪽 연안 일부 지역을 제외한 오세아니아 대륙은 빛이 거의 없었다.

특히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는 캄캄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동해안의 밝은 불빛과 대조를 이루었다. 경제난과 에너지 부족을 그대로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북한의 에너지 사용량은 전 세계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밝은 빛이 경제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해도 밝은 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란 말은 빛에도 해당이 된다. 빛도 지나치면 공해, 오염이 되는 것이다.

빛 공해는 보통 인공적인 조명이 지나치게 밝을 때를 말한다. 실외 조명이 너무 밝으면 하늘의 별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고 동식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조명 때문에 수면이 방해를 받아 건강을 해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과도한 조명은 그 자체로 에너지 낭비다.

도시 불빛 강해 천문대 별 관측 어려워져

남십자성은 호주의 상징이다. 국기에 들어가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남십자성을 이루는 별 다섯 개 가운데 하나(엡실론 크루시스)는 더 이상 육안으로 관찰하기 힘들다. 또 다른 하나(델타 크루시스)도 2012년이면 도시지역에서 관찰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불빛이 없었던 과거에는 금성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이제는 전설이 됐다. 도시 상공의 환한 불빛 때문에 밤하늘의 별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별은 깜깜한 하늘을 배경으로 뚜렷하게 대비돼야 관찰하기가 쉽지만 불빛이 하늘로 퍼지면 제대로 관찰할 수 없다. 올해는 국제 천문의 해다. 그래서 빛 공해 문제가 유난히 강조된다.

국내 천문대 가운데 주변 도시와 마을의 빛 공해 때문에 밤하늘 별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는 곳이 적지 않다. 강원도 횡성군은 1999년 5월 천문우주과학관 ‘천문인마을’이 있는 강림면 월현리 일대를 별빛보호지구로 선포했다. 빛 공해 없는 밤하늘에서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부화한 거북이 해변으로 되돌아 오기도

불빛은 생물들에게 자석과 같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바닷새들이 해안의 서치라이트나 원유 채취선에서 가스를 태우는 불빛 때문에 방향을 잃고 끝없이 맴돌다 지쳐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철새 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철새들은 달빛이나 별빛을 보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탑이나 고층 건물의 불빛에 이끌려 잘못하면 고층 빌딩에 부딪혀 죽는 일도 벌어진다. 밤에 고층 건물의 불을 끄면 창문에 부딪혀 죽는 새의 숫자를 최고 83%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막에 사는 쥐·토끼, 주머니쥐 같은 야행성 동물들은 밝은 빛에 모습이 드러나면서 쉽게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작은말굽박쥐들은 나트륨 등과 같은 인공조명을 피해 멀고 위험한 길로 돌아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밝은 곳에서 날아다니다가 자칫 맹금류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딧불이처럼 밤하늘에 빛을 내어 짝짓기를 하는 곤충은 말할 것도 없고 한여름 도시의 매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것도 빛 공해와 관련이 있다. 일부 새들도 엉뚱한 시간에 지저귄다.

미국 플로리다 같은 곳에서는 부화한 바다거북이가 방향 감각을 잃고 해변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벼 개화 시기 때 가로등 조명이 과도하면 벼 알이 제대로 맺히지 못하거나 크기가 작아지는 피해가 발생한다.

수면 방해 등 인체 대사활동에도 지장

거리의 가로등이나 옆 건물의 조명이 담을 넘어 다른 건물에 비치고, 심지어 창을 넘어 실내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침실에 밝은 빛이 들어오면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 인체의 대사활동도 지장을 받는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에 강한 인공 빛이 발생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은 가로등이 없는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37%나 높다. 밤 사이 체내에서 이뤄지는 멜라토닌의 생성을 빛이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에서는 이웃 건물·주택에 빛이 침투하는 것에 대해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부지 경계선을 지나 10~15피트(3~4.5m) 지점에서 측정한 조도(빛의 밝기)가 0.1룩스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름달이 비칠 때의 조도가 0.3룩스이고 달이 없는 밤의 조도가 0.04룩스인 점에 비춰 빛이 거의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그린 빌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필요한 곳만 빛 가도록 조명도 바꿔야

빛 공해의 원인은 대부분 조명 디자인이 잘못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빛이 새나가기 때문이다. 필요한 곳에만 빛이 가도록 조명의 디자인을 바꾸고, 필요한 만큼만 비추도록 조도를 낮춘다면 곧 바로 빛 공해를 막을 수 있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조명램프를 잘 선택하면 원하는 밝기를 얻으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최근 에너지효율이 높은 LED(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가로등이나 자동차 전조등도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필요 없는 조명은 아예 끄는 것도 방법이다.

1988년 설립된 국제 암천협회(IDA, Internatinal Dark-Sky Association)는 어두운 하늘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남 신안군 같은 곳에서는 한여름 ‘깜깜한 섬’을 만들어 별 헤던 옛 추억에 잠기자는 취지의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에너지의 날 행사(8월 22일)에서도 에너지 절약이 목적이지만 한밤에 불 끄기 행사가 벌어진다.


빛공해 대처,해외에선 …

미국 애리조나 수은등불 금지
영국은 도시계획 지침 만들어

인공위성 사진을 바탕으로 작성한 인공조명 지도 [이탈리아 빛공해과학기술연구소]

빛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미국·일본 등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체코는 2002년 국가 차원에서 빛공해방지법을 처음 제정했다.

미국에서는 2008년 8월 현재 애리조나·캘리포니아·텍사스·콜로라도주와 덴버·애틀랜타시 등 2500개 이상의 주·카운티·시 지역에서 빛공해방지법과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1972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빛공해방지법을 제정했다. 옥외 조명 가운데 백열등은 소비전력이 50W 이상, 다른 종류의 전구는 70W 이상이면 반드시 갓을 씌우도록 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91년부터 에너지 효율이 낮은 수은등을 새로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고, 2011년부터는 이미 설치된 수은등도 금지할 예정이다.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시는 로웰천문대를 위해 반 세기 전부터 빛오염 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규제가 성과를 거둬 2001년 ‘국제 암천도시(Interantional Dark-sky City)’ 1호로 등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네 가지 조명관리구역(Lighting Zone)으로 구분하는 법을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네 가지 조명관리구역 가운데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옥외조명의 방향, 램프의 종류 등을 차등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89년 오카야마현의 비세이초(町) 지역에서 천문관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광해(光害)방지조례’를 처음 만든 뒤 각 지역에서 비슷한 조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98년에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광공해 대책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광공해를 줄이기 위해 ▶새어나가는 빛 억제 ▶생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파장의 빛 억제 ▶점등시간의 조정 등을 담고 있다. 일본 환경성이 만든 이 가이드라인도 국제조명위원회(CIE)가 정한 대로 네 종류의 구역에 맞는 조명환경을 유지하도록 했다. ▶자연공원·전원지역 ▶농어촌마을·교외형주택지 ▶지방도시와 대도시 주변 시가지 ▶도시중심부·번화가·도시간선도로변 등으로 구분했다.

영국에서는 조명공학연구소가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권고 지침을 만들었다. 네 종류의 구역별로 차별화된 실외조명을 설치하도록 하고, 서로 다른 종류의 구역이 만나는 경계지역의 건물은 엄격한 쪽의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특히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주민 민원이 제기될 경우 2005년 제정된 관련 조례에 따라 빛공해 발생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하지만 교통시설이나 교도소, 군사시설에서 나오는 인공조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2007년 관련 권고 기준이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15개 지역에서 빛공해방지법이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구역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대신 해당 지역 내에서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조명은 수평이나 그 이상의 각도로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할 것 ▶조명의 밝기는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만 사용할 것 ▶효율적인 조명기구를 사용할 것 ▶조명의 세기를 낮출 수 있는 갓을 사용할 것 등이다.

자료: 도시행정학보 제21집 제1호 야간 도시 조명 관리 방안 연구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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