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붐을 타고 브로커들이 물을 만났다.
이들은 벤처기업 등록에서 정책자금 타내기, 담보해결까지 거의 전과정에 손을 뻗친다.
자격미달 업체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등록시키고 돈을 타게 해준 뒤 대가를 챙긴다.
이들의 간판은 주로 '벤처기업 컨설팅' .중기청에 등록된 컨설팅사 70여개 중 일부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을 빼곤 사실상 모두 브로커" (C컨설팅 N팀장) 란 말까지 있다.
창업투자회사나 벤처 관련기관 출신으로 개인적 친분과 로비력을 갖춘 '나홀로 브로커' 도 부쩍 늘었다.
브로커들은 보통 알음알음으로 고객을 소개받지만 신문이나 생활정보지에 '정책자금 정보제공 및 신청서류 대행' 이라는 광고를 내기도 한다.
취재팀은 게임용 소프트웨어 관련 영세업자를 가장해 서울 J컨설팅을 찾았다.
벤처기업 등록을 도와달라고 하자 이 회사 L실장은 "연구비 쪽으로 뚫어보겠다" 고 했다.
전년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썼을 경우 벤처기업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이용, 요건에 맞게 서류를 조작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 (벤처기업을) 여럿 만들어줬다" 고 호언했다.
지난해 민간연구소가 갑자기 8백30여개나 생겨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였다.
자금을 타내는 방법도 교묘하다.
해당 부처에서 대부분 서류심사에만 의존한다는 점을 파고든다.
강남에 있는 P컨설팅의 한 직원은 "벤처자금은 원래 유흥.오락 쪽은 안되지만 서류상 벤처관련 기업을 자회사로 만들면 돈을 타낼 수 있다" 며 "모텔 주인이 벤처자금을 받은 적도 있다" 고 귀띔했다.
이들은 지원받은 정책자금의 3~5% 가량을 수수료로 챙긴다.
사안에 따라 착수금을 수백만원까지 받고, 진행단계마다 추가의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수수료가 10%를 넘는 사례도 있다.
정부 부처로부터의 자금배정은 물론, 다음 단계인 은행대출 과정에 필요한 담보까지 패키지로 일괄 해결해주는 경우 등이다.
신보 (신용보증기금) 나 기보 (기술신용보증기금) 관계자를 구워삶아 담보가 없는 기업이라도 은행제출용 보증서를 적당히 받게 해준다는 것이다.
K컨설팅 사장 P씨는 "10%를 준다면 무이자로 1억5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과기부의 '신기술창업지원단기금' 을 타주겠다" 고 제의했다.
"지난해 명퇴한 그곳 출신들과 연결돼 있어 담보는 문제가 안된다" 며 "이 사람들 수고비가 더해져 수수료가 비싸다" 고 설명했다.
이와는 달리 담보만을 대신 제공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담보 브로커' 도 있다.
돈이 도는 곳에 사기꾼이 빠질 리 없다.
지난해 11월 기계제조업체 A사는 관공서와 금융계에 발이 넓다는 40대로부터 "정책자금을 타줄테니 사례비나 두둑히 달라" 는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이 브로커는 착수비와 진행비 명목으로 1천5백만원을 챙기곤 종적을 감췄다.
벤처 종합컨설팅사인 벤처링크 코리아의 안창용 팀장은 "상당수 기업이 이런 사기피해를 호소한다" 고 했다.
브로커들을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수사기관이나 벤처관련 당국에서 브로커를 적발한 사례는 97년 벤처관련 특별법 제정 이후 단 한 건도 없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윤석환 융자1팀장은 "현행 법규상 정책자금 관련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 자체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서류조작 등 불법이 드러나면 형사고발이 가능하지만 수법이 워낙 교묘해 가려내기가 어렵다" 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