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양악 잇단 '입맞춤'…국악원등 다양한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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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국악과 대중음악, 혹은 서양 고전음악과의 결합은 국악 대중화의 지름길인가, 아니면 옴니버스 스타일의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한가.

80년대 이후 국악의 레퍼토리 확대를 위해 국악계에 일기 시작한 크로스오버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관객을 의식한 일부 상업적 공연 뿐만 아니라 '겨레 음악문화의 요람이며 민족음악의 종가 (宗家)' 인 국립국악원에서도 젊은 층을 겨냥한 기획공연으로 크로스오버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

재즈나 서양음악과의 만남이 단순한 시도에 그치지 않고 음악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의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외화내빈 (外華內貧) 의 눈요기 감으로 흐르기 쉬운 대규모 관현악보다는 정교한 실내악 작품으로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오는 29~30일 오후5시 국립국악원 야외 축제마당에서 무료공연으로 열리는 '새 즈믄해를 바라보는 5월 축제' 는 '어렵고 지루한 국악' 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릴 수 있는 프로그램. 신대철이 이끄는 록그룹 시나위와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이 한데 어울려 신명나는 시나위판을 펼치면서 '희망가' 를 들려준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도 판소리 입체창 '수궁가' 에서 용왕 역을 연기하면서 판소리 가락에 색소폰으로 가세한다. 또 실내에서 공연되던 정악과 전통 춤사위를 야외무대로 끌어내고 마지막 날에는 관객이 함께 하는 원무.설치미술과 퍼포먼스로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02 - 580 - 3300.

6월7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화락 (和樂) - 하늘을 여는 소리' 공연이 열린다. 김덕수 (장고) 씨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졸업생들로 구성된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인 현악4중주단 '미르' 가 정일연 (35) 작곡의 신작 '광야' 를 초연한다.

정일연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태생으로 윤이상의 제자 브레팅험 스미스를 사사했으며 김덕수씨로부터 장고와 사물놀이를 배웠다.

이날 공연에서는 또 피아니스트 백혜선씨와 사물놀이 한울림이 강준일의 '열마당 열두거리' 를 들려준다. 강준일씨는 지난 82년 서울시향의 범음악제에서 '오케스트라와 사물놀이를 위한 협주곡' 을 초연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곡가. 이후에도 사물놀이와 양악기의 만남을 시도해왔다.

이에 앞서 김덕수씨가 재즈 가수 윤희정, 색소폰의 달인 이정식과 함께 꾸미는 '김덕수.윤희정.이정식 빅 콘서트' 가 23일 오후2시 (콘서트) , 6시30분 (디너쇼)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이들 세 '명인' 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5분58초짜리 'IMF여 안녕' 을 함께 선보인다.

이밖에도 '진도 아리랑' '세노야' 등 귀에 친숙한 노래와 한국적인 맛을 곁들인 '아프로 블루' 등을 들려준다. 02 - 789 - 5700.

국악 중에서도 크로스오버 작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일반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민속악. 재즈와 국악의 만남은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9년 1월 알토 색소폰의 강태환과 태평소 연주자 김석출의 '프리뮤직 콘서트' 를 비롯, 사물놀이 한울림과 재즈 그룹 레드 선과의 만남은 서양 악기를 우리의 음악언어로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따라서 국악 크로스오버는 일시적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창작 국악의 새로운 지평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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