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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본격 데이터 방송 '눈 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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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KBS가 올림픽을 맞아 시범 실시 중인 ‘쌍방향 데이터 방송’. 리모컨의 9개 키를 이용해 각종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 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날씨’ 데이터 방송.

KBS는 지난 14일부터 올림픽 경기를 보며 종합순위나 경기 일정 등을 언제라도 검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리모컨을 누르면 화면이 작아지면서 여백에 정보가 뜬다. 축구 상위 3개 팀을 맞히는 이벤트도 진행 중. 시청자들이 입력한 정보는한 곳에 모여 추첨으로 이어진다. 신호를 변환하는 셋톱박스가 필요해 이용자에 한계가 있지만, 이른바 '쌍방향 데이터방송'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TV를 단순히 보고 듣기만 하던 시대는 갔다. TV로 검색하고 TV로 주문하며 TV로 행정 민원을 처리한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 모두 올해 말까지 데이터 방송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한다. 정부도 정책 마련에 바쁘다. 차세대 정보혁명의 꽃으로 통하는 데이터 방송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 TV로 검색하고 채팅도 하고=데이터 방송이란 방송 전파에 디지털 신호를 실어 영상.음성뿐 아니라 부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방송.통신.인터넷이 결합된 형태로 안방 문화를 크게 바꿔놓게 된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시청할 수 있고,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보다 탤런트 김정은이 입고 있는 옷을 살 수도 있다. 게임.노래방.계좌이체.전자신문은 기본.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사전을 뒤적일 필요가 없다. 리모컨만 챙기면 된다. 또 토론 방송을 볼 때 현장에 가지 않고도 TV를 통해 질문을 하거나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 e-메일을 보내는 것은 물론 실시간 채팅까지 가능해진다.

◇ 미디어 업계 "바쁘다 바빠"=데이터 방송은 지난해 5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처음 도입했다. 현재 날씨.뉴스.증권.부동산.게임.운세.골프.여행 등 25종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데이터 방송 수신이 가능한 수신기를 76만여대 보급했으며, 이달 현재 월 2000원의 이용료를 내는 가구를 30만이나 확보했다. 올 연말께는 정보를 공급하는 12개 사업자에게 6억~6억5000만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에 비해 한발 늦었지만 케이블 업계도 매우 적극적이다.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CJ케이블넷이 다음달 시범 데이터 방송을 시작하고, 주요 케이블 사업자들도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뛰고 있다.

지상파 방송 역시 KBS가 내년 3월 3일을 본 방송 개시 일자로 잡고 있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매체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이터 방송채널사용사업자(DP)들의 경쟁도 달아오른다. DP들은 '원 소스-멀티 유스(one source-multi use)'를 통해 수익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가전 업체들도 어떤 서비스가 가능하냐에 따라 TV 판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사업준비에 한창이다. 시중 은행 3~4곳도 TV-뱅킹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 정책 손질도 본격화=데이터 방송에 대한 정부 정책이 다음달 구체화된다. 방송위원회는 9월 중 '데이터 방송 승인 기본계획안'을 결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학계.산업계 전문가들로 '데이터 방송 연구반'을 구성, TV 전자상거래(T-커머스) 등의 정책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연구반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등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을 전제로, 규제는 최대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부는 각종 법률.민원.행정정보를 제공하고 여론 조사도 할 수 있는 T-정부(TV Government)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점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여서 서울 강남구청의 경우 지난달 시연회까지 마쳤다. TV로 민원서류를 떼고 119 구조요청도 할 수 있는 식이다.

한국데이터방송협회 지승림 회장은 "인터넷 못지 않게 네트워크로 연결된 TV는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규제를 줄이고 산업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데이터 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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