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보다 전임자 두고 있는 노조 4배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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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의 자동차 시동모터 제조회사인 R사는 올해 2월 노조가 생겼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다. 이 회사는 미국 씨티은행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노조는 설립 3개월 만인 올 5월에 파업을 벌였다. 노조 전임자 1명을 인정하라는 것이 노조의 핵심 요구다. 일을 하지 않고 노조 업무만 보는 사람에게 회사가 일반 근로자와 같은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사측은 회사 규모(종업원 197명)가 크지 않고 조합원(54명)이 얼마 안 돼 전임자를 둘 필요가 없다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후 노조는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 도치기현의 야마구치 하가통운 근로자는 415명, 노조원은 394명이다. 노조 간부는 집행위원장(한국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서기장(사무국장) 등 세 명이다. 이들은 일과시간이 끝난 뒤 또는 휴가를 내 조합 업무를 본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박광일 노무관은 “일본에선 전임자를 둔 노조가 드물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노조의 다른 모습이다. 한국이 전임자를 두고 있는 노조가 일본보다 4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는 내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전임자 실태를 비교 분석했다. 일본은 1949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제도화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노동조합 실태조사’(2009),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의 ‘노동조합비 조사’(2005), 한국 노동부의 ‘노조 전임자 관련 개선방안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2008) 자료를 활용했다.

노동부가 무작위로 추출한 표본사업장 427곳 중 전임자가 있는 데는 86.9%였다. 일본은 17.1%였다. 한국은 R사처럼 노조가 생기면 대부분 전임자를 두는 데 비해 일본은 그렇지 않은 곳이 훨씬 많다. 대기업(근로자 300명 이상) 노조 한 곳당 전임자 숫자도 한국이 적게는 일본의 1.8배, 많게는 6.4배였다.

1인당 조합비는 일본이 5107엔(약 6만8300원)으로 임금의 1.69%, 한국은 2만1684원으로 임금의 0.82%였다. 일본은 전체 조합비의 34.7%를 인건비로, 운영비나 사업비로 24.7%를 사용했다. 한국은 인건비로 2.7%를 쓰고 사업비로 57.8%를 지출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한국 노조는 집회와 같은 1회성 행사 비용에 지출이 많아 사업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면 이런 지출구조가 일본처럼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 알려왔습니다 ▒

‘R사의 지분을 미국 씨티은행이 100% 가지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최근 모두 매각해 지금은 지분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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