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진구 ‘물가 잡는 파수꾼’ 아줌마 16명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물가 모니터 요원 송점선(왼쪽)씨와 김미숙씨가 15일 시장에서 생필품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5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시장 S청과물상회. 장바구니를 들고 과일을 고르는 주부들 틈에서 송점선(46·주부)씨가 파란 서류철에 부지런히 뭔가를 쓰고 있다. 송씨의 서류에는 ‘생필품 가격 조사표’라고 씌어 있다. 송씨는 광진구 물가 모니터 요원이다. 정식으로는 ‘농산물·축산물·양곡 명예감시원’이다.

매주 화요일 송씨는 재래시장을 돌며 쌀을 비롯해 돼지고기·쇠고기 등 육류, 화장지·세제와 같은 공산품까지 21개 품목의 가격을 차트에 기록한다. 송씨는 “7년 전 모니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상인들이 ‘왜 남의 물건값을 묻고 적어 가느냐’며 불쾌해했다”며 “좀도둑으로 오해받은 동료 요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물가 잡는 파수꾼’으로 불리는 모니터 요원 제도는 서울 대부분의 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공익요원 서너 명이 물가를 파악하는 다른 구와 달리 광진구는 주부 16명으로 모니터단을 구성했다.

우천수 광진구 지역경제과장은 “주부들은 물가 변동에 민감하고 소문에도 밝기 때문에 물가 관리에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 번 조사할 때마다 2만원 안팎의 수당을 받는다. 16명의 모니터 요원은 재래시장, 대형마트는 물론 음식점·이발소·목욕탕까지 관내 2100개 업소를 직접 찾아가 가격·요금을 조사한다.

이렇게 모아진 물가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 광진구청 홈페이지에는 21개 생필품이 재래시장 6곳, 대형마트 2곳에서 어떤 가격에 팔리는지 매주 공개된다. 표에는 품목별 평균값도 계산돼 있어 비싼 곳과 싼 곳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생필품 외에 요금이 올라가거나 내린 서비스업소의 상호도 게시된다. 지역의 주유소 28곳의 휘발유·경유 가격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구의동에서 19년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일(51)씨는 “가격 동향이 공개되기 때문에 요금을 많이 올리기가 조심스럽다”며 “마진을 줄이는 대신 박리다매 전략으로 손님을 모은다”고 말했다.

모니터 요원은 물가 외에 가격 표시와 원산지 표시 지도 업무도 한다. 광진구 내 재래시장의 진열품에는 ‘청오이 4개 1000원’ ‘팽이버섯 1개 500원’처럼 수량과 가격이 적혀 있다.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모든 품목에 단위와 가격을 표시하기 때문에 우리 구에 있는 시장에서는 ‘이거 얼마예요’라는 말을 듣기 어렵다”며 “가격 공개, 정보 공유 외에 많이 가격을 올리는 업소에 대한 행정지도 등 구청의 물가 관리가 3단계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올 상반기 동안 가격이나 요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올린 업소에 437건의 인하 협조 공문을 보냈다.

광진구는 올해 상반기 서울시가 실시한 물가 관리 평가에서 2007년 이후 네 번째로 최우수 구에 뽑혔다. 행안부의 물가 관리 조사에서도 광진구는 2006, 2007년 연속해 우수 기초단체로 선정됐다. 

박태희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