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거닐면 '산소바람'솔솔-청태산 자연휴양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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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녹색이 품어내는 산소가 그리운 계절. 시원한 산소를 실컷 들이키고 싶다면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갈 일이다.

청태산 자연휴양림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으로 가는 길은 '산소여행' 이다. 그 산소는 실험실의 산소가 아니다. 송진내가 배어 있고, 잣냄새가 묻어 있는 싱그러운 산소다.

낙엽송 숲에 들어가 가슴이 터지도록 산소를 채워보라. 정신까지 맑아지게 하는 산소의 놀라운 청정력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소 속에 앉으면 더러워진 폐는 물론 더러워진 마음까지도 산소처럼 깨끗해진다.

담배를 빼어물려던 이들은 왠지 미안한 마음에 슬그머니 주머니 속으로 담뱃갑을 다시 집어 넣고, 미움이 가득한 이들은 미움을 말끔히 씻어낸다.

청태산 (1천61m) 의 휴양림. 인공림 (3백45㏊) 과 천연림 (57㏊) 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림청은 일찍이 이 울창한 삼림을 시범단지로 조성했다. 잣나무.낙엽송.소나무.전나무등 유난히 침엽수가 빽빽하게 들어찬 산.

침엽수 1㏊는 한햇동안 45명이 1년동안 마실 수 있는 산소를 만든다. 천연 산소공장이다. 그 무진장의 산소속으로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

행복은 산소만이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숲속을 거닐다 노루나 토끼.청설모가 뛰어노는 것을 보면 행복은 배를 더하게 된다. 그런 산이기에 청태산휴양림은 잠시 들렀다 오기에는 아까운 산이다.

청태산 숲속으로 들어서면 "청 - 산에서 살리라" 는 노랫말이 절로 나온다. "깊은 계곡이 없는게 흠이지만 쭉쭉 뻗어오른 낙엽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는 정진영씨 (46) .그는 한모금의 산소라도 더 들이마시려는듯 연신 깊은 숨을 들이킨다. 산소를 가슴 가득 채웠다면 틀림없이 배가 고파질 것이다. 더욱이 산길을 걸었다면 시장기도 느낄 것이다.

청태산 휴양림은 시장기를 느낀 이들에게 또한번의 '자연행복' 을 베푼다.

요즘 무진장으로 널린 산나물이 그것이다. 얼러지. 지장거리. 두릅. 곰취. 참나물. 고비. 고사리…. 휴양림을 찾은 사람들은 조그만 배낭 하나씩 메고 산을 오른다. 그들의 눈에는 식탁을 초록으로 꾸며줄 산나물이 그득하다.

갖가지 산나물로 숲속에서의 식탁을 꾸며보라. "찬밥 한덩어리를 계곡물에 말아 산나물과 함께 먹어보시요. 그맛을 어찌 말로 하겠소. " 풀밭 위에서의 '초록 식사' 를 즐기고 있는 김일영 (78) 할머니. 5년전부터 이맘때면 어김없이 산나물 뜯으러 이곳을 찾는다는 원주댁이다.

도시에 산소방이 생겼다. 산소가 그리운 도시인들을 노린 상술일 것이다. 그러나 산소방의 산소는 냄새도 맛도 정도 없다. 진정한 산소는 색깔과 냄새가 있어야 한다. 그 색깔은 녹색이어야 하고, 그 냄새는 자연이어야 한다.

청태산 자연휴양림 속에서는 녹색의 산소를 만날 수 있다. 녹색의 산소 속에서 하루를 보낸 이들은 머리부터 가슴까지 초록의 세례를 받을 것이다. 5월의 아침에는 가족과 함께 주먹밥이라도 싸들고 숲속으로 가볼 일이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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