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만 망치는 야생동물 증식장…주변 레포츠장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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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키워 자연으로 방사한다는 명분으로 산림청이 강원도정선군 가리왕산 (해발 1천5백61m)에 조성 중인 '야생동물 증식장' 이 오히려 주변 산림만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림청은 오는 2001년까지 가리왕산 일대 2천2백40㏊에 50억원을 들여 야생동물 증식장을 만든 뒤 주변을 산악 자동차.자전거 경기장 등 레포츠장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0일 녹색연합 생태조사팀에 따르면 산림청은 97년부터 가리왕산 정상 부근에 총연장 20㎞의 철조망을 치고 동물 증식장을 조성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나무를 베어내고 철조망을 치는 바람에 야생동물 이동로와 서식지가 파괴됐고, 공사장 주변 곳곳엔 폐유 드럼통.건설 폐자재 등 쓰레기가 널려 있어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림청이 동물 증식장 주변 임도 (林道) 40㎞를 레포츠장으로 이용할 경우 동물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어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증식장을 조성하다 보니 일부 나무 등을 벌목하게 됐지만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이미 20억원이 투입돼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 며 "레포츠장 조성 여부는 지자체들과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 고 해명했다.

녹색연합은 10일 감사원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이 보고서를 제출하고 공사중단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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