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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피플] 다보상사 박준명 사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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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다보상사 박준명 (朴準明.56) 사장은 지난달 말 일본 출장길에 들른 한 정종 회사로부터 2억엔 (약 20억원)에 기술을 넘겨달라는 제의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10년 가까이 매달려 최근 개발을 끝낸 '전자렌지용 고진공 레토르트 식품 포장기술' 을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음과 동시에 그동안 쏟아부은 개발비를 한번에 회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 하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원천 기술을 보유하면서 완제품을 수출하면 외화가득률을 높일 수 있을 것" 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朴사장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유리용기에 담긴 레토르트 식품을 뚜껑을 열지 않고 전자렌지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도록 한 것. 가열 과정에서 생기는 압력을 뚜껑 주위 홈을 통해 자동으로 배출하도록 했다.

"뚜껑을 열거나 다른 그릇에 옮겨 데워야 하는 기존 레토르트 식품에 비해 간편하고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유리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 등으로부터 안전하지요. "

그는 현재 국내업체 두어 곳과 신기술을 응용한 제품화를 상담 중이다. 朴사장이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 88년 두산그룹 계열 두산제관을 그만두고 나와 종업원 5명의 조그만 무역업체를 차리면서부터.

두산제관에서 식음료병을 만들면서 식품포장기술이 판매의 열쇠라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뚜껑을 열 때 '펑' 소리가 나는 해태음료의 훼밀리쥬스의 진공뚜껑 기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히트를 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후 번 돈을 몽땅 개발비로 쏟아 부으면서 실험을 거듭했고 해외 출장 때마다 현지 수퍼마켓에서 실험용 식품용기를 닥치는대로 사왔다.

경기도 분당구 야탑동 아파트형 공장에 자리잡은 그의 사무실에는 세계 30여개국에서 모아온 4만여개 식품용기 샘플로 가득차 있을 정도. 노력의 결과 지난달 과학기술처로부터 KT (국산 신기술) 마크 인증을 받았다.

미국 등 세계 12개국에 특허를 출원, 호주에서 특허를 획득한 데 이어 다음달 일본에서도 특허를 획득할 예정이다.

朴사장은 "일본 시장에서 먼저 성가를 높인 뒤 국내 시장에서도 신기술을 응용한 제품을 확산시켜 나갈 것"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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