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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명곡20] 11. 빌라 로보스 '브라질풍의 바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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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지만 제목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려운 곡. 소프라노와 8명의 첼리스트를 위한 '브라질풍의 바흐' 제5번 중 '아리아' . 브라질 최고의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 로보스 (1887~1959) 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이다.

화창한 봄날처럼 밝게 흐르는 보칼리즈 (가사 없는 성악곡) 로 시작되다가 중간 부분에선 레시타티보처럼 같은 음 위에서 시를 읊조린다.

"땅거미. 아름답게 꿈꾸는 허공에 투명한 장미빛 구름이 한가롭게 떠있네. 달은 잔잔히 땅거미를 수놓네. 꿈꾸듯 어여쁜 화장을 한 아가씨처럼…" 이 곡을 가리켜 핀란드 음악학자 에로 타라스티는 '블랙 박스' 라고 말했다.

분석해 내기 힘든 매력과 치밀한 구성력을 지녔다는 얘기다.

빌라 로보스는 바흐를 '세계 각국의 민요와도 잘 어울리는 풍부하고 깊이있는 음악의 원천' 이라고 생각했다.

바흐의 음악은 지구 상의 음악적 토양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태양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 1941년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를 첼로 앙상블로 편곡했으며 바흐의 '미사 B단조' 의 브라질 초연을 이끌었다.

하기도 한 바로크 음악에 대한 심취는 스트라빈스키 등 당시 신고전주의 계열의 작곡가들에게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첼리스트로 생활비를 벌었던 빌라 로보스는 첼로라는 악기를 무척 좋아했다.

'아리아' 에서 첼로 앙상블의 리더는 줄곧 소프라노의 선율을 따라가고 나머지 악기들은 오케스트라 못지 않는 다양한 음색을 구사한다.

작곡자는 1947년 이 곡을 소프라노와 기타를 위해 편곡하기도 했다.

한 인터뷰에서 빌라 로보스는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의 민족음악은 바로 나요. "

◇ 추천음반 = ▶소프라노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프랑스 국립방송교향악단, 지휘 빌라 로보스 (EMI) ▶소프라노 네타냐 다브라트, 뉴욕필하모닉,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 (소니 클래시컬) ▶소프라노 힐 고메스, 플리스 첼로 8중주단 (하이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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