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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서도 집단따돌림…실태와 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서울의 한 정유회사 기획팀에서 일하는 A씨 (28) 는 날마다 퇴근 시간이 괴롭다.

이 무렵이면 자신만 빼놓고 동료들끼리 귀엣말을 주고 받으며 한잔하러 가기 때문이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B씨 (32) 는 지난달말 구조조정이 한창인 회사로부터 사직서를 강요당한 이후 동료와 상사의 차가운 시선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표를 썼다.

왕따 (집단 따돌림)가 학교뿐 아니라 직장.산업현장에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L전자에서 직원 2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집단 따돌림이 부서내에 존재한다' 고 답할 정도로 직장내 왕따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D충전소에서 일하던 朴모 (32) 씨가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하자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 실태 = 직장내 왕따의 전형적인 유형은 A씨의 경우처럼 특정인을 지목해 집단에서 따돌리는 방식. 회식이나 모임에서 제외하거나, 혼자 잘난 척하는 '왕자병' '공주병' 환자로 낙인찍는 행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임신한 여사원을 작업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배치하는 등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인을 업무 부담이 과중한 부서로 배치, 따돌리기도 한다.

왕따는 또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감원 대상자 선정에 악용되고 있다.

B씨처럼 감원대상에 포함됐다거나 스스로 나갈 것이라는 불리한 악성 소문을 내 사표를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왕따가 노사분규 현장에서 노조원들의 이탈방지 수단으로 활용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 노동부 대책 = 노동부는 9일 직장내 왕따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 직장내 왕따 사례집을 만들어 집단따돌림 퇴치운동을 전개하는 등 방지대책을 세웠다.

노동부는 왕따로 해고되거나 부당하게 전직.전보된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등 적극 사법조치하기로 했다.

집단 따돌림이 폭언.폭행.협박 등으로 나타날 경우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성적인 이유로 여성 근로자를 따돌림할 경우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하게 된다.

노동부는 왕따를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들이 집단을 이뤄 특정인을 집단에서 소외시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제약을 가하거나 인격적으로 무시 혹은 음해하는 정신적.육체적 가해행위" 라고 정의했다.

[샐러리맨 울리는 직장내 '왕따' 사례]

▶ 특정인 따돌리기

.회식.모임에서 제외하기

.업무 과중 부서로 배치하거나 한직으로 보내기

.'왕자병' '공주병' 환자로 낙인찍기

.직무관련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기

▶감원대상자 선정 악용

.감원대상에 포함됐다는 악성소문 퍼뜨리기

.특정인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고 직원들에게 교육시키기

.부당해고로 판명된 뒤 복직시켜놓고 아무 일 안시키기

.부서원들이 감원대상자를 스스로 선정토록 하기

▶노조원 왕따

.파업 미참여자 공갈.협박.폭언.폭행

.파업 미참여자에게 사과요구.작업방해.함께 일하기 거부

.개인 사물함 파손, 간부 책상 들어내기

자료= 노동부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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